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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팬메이드 시나리오 <나의 바니걸 워리어!>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와요.
작은 전구들로 길가의 나무들이며 난간 따위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족들과, 연인들과 행복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나마르와 녹턴은 함께 길을 걷는 중이에요.
KP: 홈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깜빡 빠트린 물건이 있었거든요.
KP: 그렇습니다. 누구의 의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하간 하필 녹턴과 나마르가 함께 나온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누가 나갈지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둘이 졌어요.
KP: 그런 연유로 두 사람은 이 눈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함께 걷는 중입니다.
나마르: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녹턴 옆에서 걷는 중입니다. 아마 장바구니 같은 것도 들고있지 않을까 싶네요.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도 어색하고 하니, 적당히 날씨 얘기를 하면서요...
"눈이 오는군요."
따위의
KP: 녹턴 역시 비슷한 모양입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하릴 없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녹턴: "많이도 오네요, 애들은 좋아하겠지만요."
나마르: 큰일났다 저 벌써 어색한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턴: "아, 참. 그러고 보니 안 바쁘시면, 전구 사오는 길에 잠깐 들렀으면 하는 데가 있는데..."
나마르: "개인적인 용무이십니까? 편할대로 하시죠."
녹턴: "아, 감사합니다. 여기서 별로 멀진 않은 곳이에요."
KP: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녹턴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떻게든 말을 붙여보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는 긴 휴가일 텐데 어떻게 보낼 것이냐, 같은 말이요.
녹턴의 질문에 최대한 열심히 대답을 해보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하니 중간중간 대화가 뚝뚝 끊기면서 어색한 침묵이 잠깐 내려앉았다가 질문으로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그런 식일겁니다.
KP: 좋아요. 대화도 어느 정도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두 사람은 건널목에 섰어요.
맞은편에 보이는 잡화점에서 전구를 사서 돌아가면 이 어색함도 금방 끝날 겁니다.
횡단보도의 빨간 불이 녹색으로 바뀌고,
나마르: "저기 잡화점이 보이는군요. 들르신다는 곳도 근처입니까?"
라고 질문을 하면서 녹턴과 보폭을 맞추어 건널목을 건넙니다
KP: 녹턴이 나마르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막 입을 떼는 순간,
KP: 어디선가 귀를 찢을 듯한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순간적으로 몸을 긴장시키며 총성이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요.
KP: 옆에서 순간적으로 피분수가 튑니다.
당신의 얼굴과 어깨 위로, 붉고 더운 것이 쏟아져요. 총성에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멈춰서고,
KP: 당신은 가까운 차창 밖으로 튀어나온 손 하나에 권총이 들려 있는 것을 봅니다.
녹턴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쓰러지는데,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는 아주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요.
나마르는 이성 체크. 1/1D4입니다.
나마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쓰러지는 녹턴을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립니다.
펌블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펌블이네요. 최대점인 4점이 감소합니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명료한 목소리가 들려와요.
나마르: 귀에서 삐이이-하는 이명이 들립니다. 녹턴이 머리에 바람구멍이 난 채로 천천히 쓰러지고,
나마르는 저도 모르게 뺨에 핀 튀를 닦아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것만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시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마르: 쓰러진 녹턴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난데없이 뒤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요.........
KP: 조금 전까지 총구가 튀어나와 있던 차창 너머로 익숙한 녹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잠겨 있던 조수석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요.
아까부터 이 이름을 대체 몇 번이나 부르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쓰러진 녹턴과 차창 너머의 녹턴을 번갈아 바라보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칩니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해요.
KP: 차 안에 타고 있던 또 다른 녹턴은 당신의 행동을 보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튀어나와 당신의 손목을 붙잡고 차 안으로 확 떠밀어요.
그런데...
... 바니걸?
나마르: "잠시만, 잠깐, 녹턴 씨, 이게 대체 무슨? ...???? ...???????"
KP: 녹턴은 당신을 연행하다시피 조수석에 욱여넣고는, 자신도 빠르게 운전석에 탑승합니다.
차 안에 앉은 채로 바깥을 보면, 쓰러져 있던 녹턴의 주변을 사람들이...
나마르: 얼떨결에 차 안으로 떠밀리면서도,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녹턴을 연신 돌아봅니다. 그러느라, '운전석의 녹턴'의 차림새는 조금 늦게야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들은 다시 제각기 길을 가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느샌가 녹턴의 시체는 사라져 있습니다.
KP: 그리고 당신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달칵,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마르: "녹턴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 위해 운전석으로 고개를 휙 돌리다가, 그대로 말문이 막힙니다;;
이 사람 대체 뭘 입고 있는거지??????
"...??"
눈을 비비고, 다시 봅니다.
"......??????????????"
녹턴: "일단 여기서 멀리 벗어나야 해요, 설명은 조금 있다 해줄 테니까..."
KP: 자기 꼬라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차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KP: 누군가 뒤를 따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녹턴은 연신 백미러를 확인해요.
나마르: 옆에서 운전하고있으면 아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이게 도대체 뭔 꼴인지 싶어서 살펴보면...
꽤... 제대로 된.... 풀 착장입니다. 성인용품 샵에서도 상당히 고가에 팔릴 법한...
나마르: 묘사하기는 좀 그렇고 하여튼 나마르의 의아한 시선이 녹턴의 차림새 여기저기를 훑는데요....................... 이미 녹턴이 자기 눈 앞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녹턴이 이런...이런 코스프레를??? 그것도 길바닥에서???? 저기 엉덩이에는 불쌍한 토끼꼬리가 짓눌려있는 것 같은데?????
"녹턴...씨....?"
KP: 검은 망사 스타킹에 골반 위쪽까지 옆이 트여 있고, 허리 부분은 끈으로 매듭 짓게 되어 있는 복장이네요.
동그란 하얀 꼬리는 의자 시트에 짓눌려 있는데...
나마르: "이런..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외람된 줄은 알지만.... 그... 그 옷은 대체..?"
KP: 퍽 안 어울리게, 권총과 유탄발사기 따위가 손 뻗으면 바로 닿을 곳에 놓여 있어요.
안에 와이어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토끼 귀는 자동차 차체의 높이 때문에 반으로 꺾여 접혀 있습니다.
나마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뜬 프사보고 뒤집어지는중)
녹턴: 하면서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를 보다가,
비명을 지르며 앉은 자리에서 펄쩍 뜁니다.
나마르: 얼떨결에 녹턴을 따라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로 시선이 향하는데요
KP: 그러는 바람에 차는 급제동에 걸려 끼익하고 멈춰 서요.
나마르: 녹턴이 비명을 지르자 자기도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덜컹합니다.
"아니, 잠깐...!"
안전벨트 안 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니, 제가 묻고싶은 말입니다만."
"당신, 녹턴 씨는 맞습니까?"
"나 왜 이래요?!??"
나마르: 경계어린 눈빛으로 뒷주머니를 더듬거리는데.. 오늘은 권총을 들고 나오지 않았어요. 잠깐 심부름 나오던 길이었으니까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KP: 녹턴은 거의 경기를 일으키다시피 합니다.
나마르: "아니, 움직이지 마시죠, 꼬리가 튀어나오잖습니까!"
"꼬리도 있어!"
꼬리가 뵤잉뵤잉하는 걸 보고 급기야 눈을 가립니다
KP: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차가 마구 덜컹거립니다.
인적이 드문, 외곽의 도로.
나마르: 꿈인가? 꿈인건가? 뭐 이런 리얼한 꿈이 다있지?
꿈이라면 더 문제인데, 나는 왜 바니-녹턴의 꿈을 꾸는가????
KP: 한참이 지나서야 녹턴은 겨우 진정을 합니다.
아니... 이게 진정인가?
현타가 온 것은 아닌가?
그는 해쓱해진 얼굴로 운전석에 기대어 늘어져 있습니다...
나마르: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은 나마르도 ... 손을 등 뒤로 숨겨 조수석 문고리를 잡고요. 녹턴을 경계하며 묻습니다.
"녹턴 레스트리스 씨, 맞습니까?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녹턴: "아... 맞는... 맞긴 한데 아니었음 좋겠네요, 지금은..."
나마르: 차마 녹턴 목 아래로는 쳐다볼 자신이 없어서.. 시선이 묘하게 위쪽입니다
녹턴: 녹턴은 나마르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아요. 시선은 먼 허공을 향하고 있습니다.
나마르: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런... 취미는 없습니다. 파티에 참석할 사람을 찾는 거라면 다른 사람을 데려가시는 게.."
녹턴: "그러니까 어디로 데려가려는 게 아니라..." 그러다 퍼뜩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에 초점이 돌아옵니다.
"아니, 그런 거 아니예요. 애초에 이거 내가 좋아서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마르: "그럼 누가 입혔단 말씀입니까????"
깊어지는 오해
녹턴: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굳이 따지자면 아마........ 당신?"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왼팔로 어깨를 감쌉니다...
"아닌데요?????"
녹턴: "아니, 그, 물리적으로 입혔단 소리가 아니고요."
"일단 진정하고 얘기 좀 들어봐요."
나마르: "그 꼴로 진정하라고 말씀하셔도..."
나마르: 대체 어디를 봐야할지 모르겠어서 애꿎은 녹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방금 당신이 당신을 죽이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정체모를 토끼남을 앞에 두고 눈을 감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녹턴: "...좋습니다, 알겠어요. 일단 아는대로 솔직하게 말할 테니까 설명부터 듣고 얘기해요."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여긴 현실이 아닙니다."
왠지 안심한 느낌입니다.
그래, 현실에서 녹턴이 저런... 요망한 꼴을 하고 거리를 활보할 리가 없죠.
KP: 나마르는 꿈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나요?
나마르: 눈앞에 녹턴이 저러고 있는데...
꿈이구나 휴 다행 할 것 같아요
KP: 좋아요.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거센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가로수들도 마구 몸을 떨기 시작하고, 건물들조차 예외는 없어요.
나마르: 천장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몸을 굳힙니다. "이건 뭡니까?"
KP: 지진이라도 오는지.... ... 그러나 몇 초 뒤, 다시 세상은 고요하고 잠잠한 밤이 됩니다.
녹턴: "좀... 뜬금 없다고 들릴 수도 있는데, 영화 좋아합니까?"
"나온지 좀 오래된 영화인데, 당신이 그걸 봤다면 아마 얘기가 빨라질 것 같아서요."
녹턴: "꽤 유명한 영화라서, 아마 직접 보진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있을 거예요..."
"<인셉션 >이요."
"아....?"
녹턴: "꿈을 꾸는 사람이 이곳이 '꿈'이라는 걸 인지하면,"
"방금처럼 꿈에 영향이 가기 시작해요."
"얘기하자면 좀 길고 복잡한데...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에요."
나마르: "그렇다는 얘기는.. "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봐요, 정확히는 창문 바깥의 풍경을요.
"이게 전부 제 꿈이라는 뜻입니까?"
녹턴: "지금은 12월 31일이고, 약 일주일 전 당신이 어떤... 사건에 연루가 된 것 같아요."
"내가 아는 건,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신도들이라는 겁니다."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나도 전에 연루된 적이 있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알아봤어요. 그때보단 좀 더 온건한 방식을 쓰는 것 같지만..."
나마르: 현실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관자놀이를 문지릅니다. 그럼 지금 7일치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얘긴가?
녹턴: "그들은 어떤 물건을 찾고 있고, 그걸 당신의 기억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중이에요.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서요."
"잘 생각해봐요, 지난 일주일 사이의 기억이요."
"아마 막 자고 일어난 꿈의 내용을 떠올리는 것처럼 잘 기억이 나진 않겠지만..."
나마르: 여전히 관자놀이를 짚은 채 미간을 찌푸립니다.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녹턴: "12월 24일, 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난 주에 뭘 했는지 떠올려봐요."
"소지품 갖고 있는 거 있어요? 스케줄러라던가, 핸드폰 메모 약속이나, 뭐든 좋으니까."
24일에는 확실히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전구를 사러 녹턴이랑 심부름을 나왔...었나?
그 다음엔 뭘 했지? 파티는 어떻게 끝났을까요?
크리스마스 파티가 저녁과 밤에 있었다는 건 기억이 나요.
낮엔 뭘 했지? 파티가 끝난 뒤에는?
기억이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습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기억했을 법도 한데...
나마르: 연말까지는 휴식기라 별다른 약속 없이 집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을텐데,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도 별달리 생각나는 사건 같은 건 없습니다.
나마르: 이상한 일을 겪었던 것 같지도 않고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브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제외하면, 연말까지 별다른 약속도 없었고."
녹턴: "연쇄살인을 벌이고 경찰청장 같은 고위 공무원이나 사교계 인사들을 신도로 거느리고 있는 집단이에요."
"까닥 잘못해서 그게 그쪽 손에 들어갔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릅니다."
나마르: 흘끗, 녹턴의 권총에 시선이 미칩니다. "꿈에서 깨면 되지 않습니까?"
녹턴: "난 연쇄살인마에 테러범이 될 뻔했다구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당신이 깼다면, 내가 꿈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을걸요."
"뺨도 때리고 얼굴에 물도 끼얹었는데 당신은 계속 잠을 자고 있었어요."
"내 생각엔 아마 진정제든 뭐든 다른 걸 이용한 것 같아요."
나마르: "제가 일어나지 않은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녹턴: "나도 정확히는 몰라요. 아마 현실로는 몇 분도 안 됐을 걸요."
나마르: "그렇습니까?"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마르의 태도는 묘하게 침착합니다. 이미 이것보다도 이상한 사건들을 숱하게 겪어왔기 때문일까요?
녹턴이 눈치채지 못하게 뒷주머니를 더듬어보는데... 평소에 잭나이프를 꽂고 다녔거든요. 그게 아직 있을까요?
녹턴: "어쨌든 당신은 계속해서 기억을 떠올려봐요. 지금으로서는 답이 그것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사람들도 헤매고 있다는 거예요."
"난 일주일 전에 같이 있었으니까 당신이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알고 있어서 바로 찾아온 거지만..."
KP: 녹턴이 말을 하는 사이, 나마르는 뒷주머니를 더듬어봐요.
평소에 늘 갖고 다니던 소지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습니다.
나마르: 좋아요. 그럼 녹턴의 이야기를 듣는 척 고개를 기울이다가..
녹턴: (창 밖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잠깐만, 누가 뒤에 오는 것 같은..."
나마르: 순식간에 잭나이프를 뽑아들고 녹턴에게 달려듭니다. 의수 팔뚝으로 녹턴의 목을 짓이기고 녹턴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벅지로 몸통을 내리누르면서 위에 올라타요.
잭나이프를 녹턴의 턱끝에 들이밀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진짜 녹턴 이라는 걸 내가 어떻게 믿지?"
KP: 좋아요. 녹턴은 다른 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탓에, 당신의 기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운전석 문까지 몸이 밀려나고, 목이 졸린 탓에 컥컥거리고 있어요.
"당신과 만나기 전 이마에 바람구멍이 뚫린 그 녹턴은 가짜였지. 당신도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진짜인 척 접근해서 내게 정보를 뜯어내려는 수법인지도 모르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당신이 믿을 것 같은지."
KP: 목이 졸려서 답답해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는 그다지 심하게 놀란 것 같지도 않고 대단히 침착합니다.
나마르: 여전히 녹턴을 내리누르는 채로, 잠깐 눈동자를 굴립니다. 녹턴과 나마르만 알 법한 신호... 따위가 있을 리가 없죠. 그렇다면 두 사람이 공유하는 추억같은 걸 물어야할까요?
문득 나마르의 표정이 미묘해집니다.
녹턴: (픽 웃으면서) "당신도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방법을 바로 못 떠올리잖아요."
"... 자, 이렇게 합시다."
"그 사교도들은 내가 지금 여기 있는지 모를 겁니다. 이를테면 나는 '설계되지 않은' 이레귤러 적인 존재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무의식하고도 다르게 반응하는 존재고요."
"아마 내가 이... 꼴... 이 된 건 그 탓이라고 보는데,"
"어쨌든, 차이가 있다면 난 '약물' 같은 건 복용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녹턴: "그 영화가 어디까지 사실을 담아내고 있을진 모르지만, 만약 대부분이 사실이라 친다면,"
"난 죽으면 꿈에서 깨겠죠."
"간단해요, 날 죽여요. 내가 꿈에서 깨면, 다시 접속을 할게요. 지금 암호를 정해두고 그때 가서 맞춰보면 되잖아요. 어때요?"
나마르: 마찬가지로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짧게 대답합니다.
"...좋습니다."
녹턴: "내가 '사교도'라면 스스로에게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그 결과도 알 테니 이런 방식을 제의하진 않았을 거고, 내가 당신의 '무의식'이라면 마찬가지로 이런 방법은 사용할 수 없겠죠."
나마르: 아 녹턴 옷차림떄문에 자꾸 바니바니 당근당근밖에 생각이 안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마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마르도 아마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녹턴을 내려다보다가,
"암호는 문장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토끼는'이라고 물으면, "
"'당근을 먹지 않는다'고 답하시죠."
녹턴: "... 다 좋은데, 어차피 죽일 거면 그 전에 한 대만 쳐도 됩니까?"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나마르: "다시 만나면 맞아드리죠. 당신 말이 맞았다는 게 되니까."
"그게 왜 제 탓입니까?"
나마르: "말해두는데, 전 녹턴 씨를 대상으로 이런...이런... 꼴을 상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녹턴: "그렇게까지 생각한 적 없었는데............."
"아니 그냥... 서로 말하지 맙시다..."
왜 하필 이 차림새여야 했을까요..............
민망함에 귀끝이 붉어집니다. "아프지 않게 보내드리죠." 잭나이프를 고쳐쥐어요.
녹턴: "그냥... 그냥 무의식에 존재하지 않는 걸 거부하려고 이렇게 된 걸로 합시다..."
"... 어쨌든, 다시 '접속'해서 당신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건 알아둬요."
그가 일말의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진 않은지 살피며 녹턴의 눈을 들여다봅니다.
난이도는 어려움입니다.
될리가
역시, 모르겠습니다. 눈 앞의 상대가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자신을 꼬여내기 위해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는건지. 그렇다면 위험요소를 없애버리면 될 뿐입니다.
KP: 녹턴은 침착하게 당신의 시선을 맞받아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턴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이프를 쥐고 녹턴의 경동맥을 찔러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솜씨로요.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이게 '살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KP: 칼 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은 너무나도 또렷합니다.
정말로 이게 꿈인 걸까 싶을 만큼요. 날이 잘 갈린 잭나이프는 마치 부드러운 버터를 가르기라도 하듯 녹턴의 살갗을 파고들고,
아주 가늘게 피슉, 피슉 하고 솟아오르던 핏줄기는 순식간에 자동차 천정까지 내뿜어집니다.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며 녹턴은 문득 웃어요.
바람이 다 빠져나가 거의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녹턴: "그런데 아까 내가 했던 말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누가 오고 있다'고요."
"그럼 잘 해봐요."
나마르: 숨이 꺼져가는 녹턴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다음에는 뭐라도 입고 오시죠."
KP: 뒤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차 뒤편을 후려칩니다.
검고, 악취가 나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한, 세상의 모든 악의란 악의는 모아둔 것 같이 거대한 무언가가,
차체를 마치 종잇장처럼 구기며 꾸물꾸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나마르: "..!!" 녹턴의 눈을 감겨주며 고개를 들어 자동차의 뒷편을 봅니다.
녹턴의 시신을 (사라지지 않았다면) 조수석으로 밀어내고 운전석에 앉아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려요.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아 도망쳐보겠습니다.
KP: 좋아요. 하지만 차 뒷편은 거의 우그러졌고,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상태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해보고 싶다면 자동차 운전으로 판정할게요. 난이도는 어려움.
펌블은 아닙니다
자동차 버려
나마르: 어려움이라고해서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굴린 것. 기능치는 74 차 뒷부분은 이미 거의 집어 삼켜졌어요.
아주 느린 컨베이어 벨트에 타고 있고, 끝에서는 모든 것을 우그러트리고 납작하게 짓눌러버리는 프레스 기계가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당신을 집어삼키기 위해 아주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덮쳐오고 있습니다.
나마르: 조그맣게 욕을 뇌까리며 녹턴의 시신을 바라봅니다. 그의 말을 믿었어야 했나?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늦었어요. 옷을 적신 뜨끈한 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죠.
차체가 우그러져가는 탓에, 계속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자동차 문도 열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나마르: 녹턴의 권총과, 유탄발사기(맞나요?)를 챙긴 뒤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요!
KP: 좋아요. 차 문은 바로 열리지는 않았지만, 마구 발로 차고 힘을 쓴다면 아주 간신히 문을 열 수는 있습니다.
차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끔찍할 정도의 악취입니다. 수천 구의 시체가 썩고 있다면, 이런 냄새가 날까요?
나마르: "욱.." 코를 움켜쥐면서도 스스로에게 중얼거립니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다."
그리고 수천 개의 시신으로 만들어진 것만 같이, 불길하고도 끔찍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것은,
수천 개의 눈알로 당신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주 느리게, 그러나 천천히, 확실하게...
나마르: "젠장, 내 꿈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거지?" 영화에서는 꿈에서 뭐든 할 수 있던데 말이에요. 저것에게서 도망칠 수 있나?
나마르, 이성 판정입니다.
꿈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성 감소치는 줄입니다.
나마르: 나마르는 필사적으로 발을 놀려
그것 에게서 도망칩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요.
길 한가운데에 '어디로든 통하는 문'이 나타나는 상상을요.
도로를 내달리며 필사적으로 상상합니다. "꿈이라면 이 정도는 괜찮잖아!"
나는 인셉션을 하겠다
KP: 열심히 생각을 해보지만, 영화에서처럼 쉽게 땅이 들어올려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것은 정해져 있나요?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는, 인적 없는 도로일 뿐입니다...
나마르: 어디로 도망쳐야할지도 모릅니다. 꿈이 내게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면, 이 세계에서 몸을 의탁할 공간이 존재하기나 하는건가?
KP: 뒤에서는 차가 우그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나마르: 그것이 아직 쫓아오는 기미는 보이지 않나요?
KP: 녹턴은 당신의 지난 일주일 간 기억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일주일 전 당신의 행적을 되짚어본다면, 어쩌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나마르: 일단 이브부터 시작해야겠죠. 파티가 끝난 뒤에 어딜 갔었더라?
아침에 있었던 일부터 따지려면, 그 이전의 기억부터 떠올리는 게 좋을지 모릅니다.
이브 아침,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공원을 달리며 몸을 풀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었죠.
그 다음에는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서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눈이 와서 도로가 질척거렸는데, 자동차바퀴에 체인을 미처 감지 못했거든요.
백화점에 가면서 선물을 산 뒤에는 자동차 용품점에도 한번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KP: 파티 장소는 헤이싱이 빌린 호텔이었어요, 우리 중 헤이싱이 가장 부자였으니까요.
그는 기꺼이 자신의 VIP 회원카드를 이용해 런던 메리어트 호텔의 스위트 룸을 빌렸습니다.
호텔 파티가 끝난 뒤에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아요.
나마르: 좋아요. 거기까지 생각해낸 나마르는 도로를 달리며 호텔의 위치를 기억해냅니다.
KP: 당신이 떠올려낼 수 있는 행적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디부터 가보는 게 좋을까요?
나마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구글맵을 켜고요. 거꾸로 되짚어보는 게 좋겠죠. 호텔로 향합니다.
KP: 좋아요. 안개 낀 도로를 달리다보면,
안개가 점점 흩어지는 것이 보여요. 조금 전까지는 인적이 없는 숲길의 자동차 도로를 걷고 있었는데...
끔찍한 악취도 사라지고, 도시의 활기찬 소음과 크리스마스 캐럴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분명 이전처럼 들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KP: 당신은 피칠갑을 하고 있어요.
몸 여기저기에 피가 튀어 있습니다. 나이프, 머리카락, 옷, 얼굴은 물론 의수에도 틈 사이사이 핏물이 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고요.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옵니다. 당신의 피묻은 발자국을 지워 덮어주려는 듯이.
저 멀리, 길의 끄트머리에 런던 메리어트 호텔이 보입니다.
나마르: 턱에 맺혀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숨을 몰아쉬어요. "영화처럼이라더니,"
이 꿈이 영화라면 지독한 B급 스플래셔 무비일겁니다.
KP: 따뜻하고 부드러운 황금빛 샹들리에 조명이 창가로 새어나오고, 잘 차려입은 벨보이가 사람들의 짐을 들어내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 누구도 당신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마르: 주변을 흘끗 둘러보고, 사람들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자 조금 안심해요.
KP: 나마르는 약속장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호텔 몇 호였는지까지 정확하게요.
겨우 일주일 전이었기도 했고, 또 이런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올 만한 일이 아무래도 흔치는 않기도 하니까요.
나마르: 엄청나게 눈에 띄는 유탄발사기를 등에 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어째서인지 자신이 피에 절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으니까요. 조금 뻣뻣하지만 당당한 태도로 호텔에 입성합니다.
KP: 최상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스위트 룸으로 가는 길에 누구도 만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당신의 무의식이 바랐는지도 모르죠.
스위트룸으로 들어가면, 역시 텅 비어 있습니다.
나마르: 문은 안 나타나더니.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걸까요, 이 꿈은. 이래서야 꿈이랑 현실이랑 별반 다를 것도 없고 말이에요.
KP: 비록 꿈 속이라는 것은 알지만... 피가 이렇게 잔뜩 묻었다는 건 찝찝하네요.
나마르: 시간을 확인합니다. 아직.. 파티 시작까지는 조금 이른 시간인가?
KP: 지금 시각은.. 대충... 오후 여섯 시?
파티 시작까지는 아직 좀 남은 시간이기는 합니다. 어쨌든 간단히라도 씻어두는 편이 좋겠어요.
나마르: 스위트룸을 한 바퀴 돌면서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 욕실로 향합니다.
머리카락이 피에 떡져서 조금 불편하던 참이었거든요.
KP: 좋아요. 물로 씻고 나니 흥분도 조금 가라앉고, 약간 진정이 됩니다.
나마르: 욕실로 들어와서 문을 잘 잠근 뒤에, 유탄발사기는 벽에 세워둡니다.
권총은 옷가지 맨 위에 올려놨구요.
KP: 좋아요.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고, 수건과 목욕가운도 넉넉하게 있어요.
나마르: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할 여유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유혹을 이겨내고 샤워를 하기로 합니다.
의수도 끌러내어 틈새에 낀 피나 살점찌꺼기같은 걸 깨끗하게 헹궈내고요.
KP: 욕실에 비치되어 있는 바디워시와 샴푸에서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화이트 머스크 향이 납니다.
고급 부티크 향수에서 날 법한, 그런 향이에요.
나마르: 머리카락을 풀어내며 한참동안 뜨신 물줄기로 몸을 적십니다.
KP: 따뜻한 물줄기에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갑니다.
KP: 따뜻한 물로 푹 샤워를 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집니다.
그렇지만 아직 뭐가 뭔지, 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녹턴이 말한 사교도 집단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까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괴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당신의 무의식일까요? 아니면 '설계자'들이 만들어낸 무언가?
나마르: 휴..이제야 몸이 풀리는 것 같아요.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손을 깨끗하게 씻어내니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녹턴의 시체도 점차 잊혀지는 것 같고요.
그는 정말로 다시 나타날까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물어보았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겠네요.
KP: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재충전은 된 것 같아요.
아직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두고, 옷 대신 가운을 걸칩니다.
피에 젖은 옷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생각해봐야겠네요.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찝찝하니까요.
권총과 유탄발사기를 챙겨들고 욕실을 나섭니다.
KP: 좋아요. 나마르가 욕실을 벗어나 스위트룸으로 돌아가면...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욕실을 나오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KP: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예요.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면,
나마르: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마르: 이게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장)
"???"
KP: 녹턴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봐요.
나마르: 욕실에서 나오던 자세 그대로, 모락모락 나마르가 되어 녹턴을 멍청하게 쳐다봐요. 눈을 껌벅이면서요.
"왜 또 그런....."
"역시 취향 아닙니까?"
녹턴: "크리스마스잖아요. 기념일이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본 건데."
"뭘요??"
녹턴: (시무룩하게) "왜요? 맘에 안 들어요?"
KP: 대놓고 녹턴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나마르: "그보다 언제 온 겁니까? 오는 소리는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요.
KP: 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토라진 것 같기도 하고...
나마르: "약속은 약속이니, 한 대 정도는 맞아드리죠....?"
뭔가 반응이 좀... 이상한데? 싶어서 미간을 좁혀요.
KP: 그렇네요. 뭔가 좀... 이상한데....
"이제 그렇게 부르기로 한 거예요? 진짜 싫다."
나마르: 등 뒤로 권총을 감춘 채 묻습니다. "토끼는?"
이제 그렇게 부르기로 한 거냐니, 그럼 뭐라고 부른단 말이야?
녹턴: "아 몰라요. 말 걸지 마요."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확 뒤집어 쓴다.)
짧은 깨달음이 머리를 스칩니다.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녹턴으로 추정되는 불룩 튀어나온 이불더미를 건드려요.
"왜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그럼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KP: 이불 속에서 돌아 눕는 것 같은 움직임이 느껴져요.
완전히 무시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걸까요? 아무 대꾸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나마르: "녹턴 씨?" 재차 대답을 촉구하면서, 이불을 휙 끌어당깁니다.
안쪽에서는 볼멘소리가 들려 와요. "그렇게 부르지 마요."
대체 무슨 설정이야?
나마르: 나마르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설마설마 싶은 얼굴로..... 그를 다시 불러봅니다...
"...바니...군....?"
KP: 뭔가가 아주 매섭게 허벅지를 퍽 걷어찹니다.
자국이 남은 것을 보니...
하이힐을 신은 발로 걷어찬 것 같습니다.
아니 하이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어울려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권총을 쥔 손에 땀이 흐르는데요
KP: 이불 안에서 가운뎃손가락을 올린 손이 튀어나왔다가 도로 들어갑니다.
나마르: "왜 화가...났는지... 얘기해주지 않겠...습니까....?" 부드럽게 말해보려고 애쓰지만 실패한 모습
녹턴: (날카롭게 짜증을 내며) "그걸 말을 해야 알아요?"
나마르: "제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그럼 말을 안 하는데 무슨 수로 압니까?"
KP: 손 하나가 쑥 튀어나오더니, 베개를 붙잡아 당신에게 확 집어 던져요.
나마르: 눈 앞의 이 자는 녹턴이 아니다, 나마르는 그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현실의 녹턴은 더더욱 아니거니와, 차 안에서 제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주던 녹턴도 아니에요.
KP: 녹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이불을 끌어안은 채로 노려봅니다.
나마르: 나마르는 베개를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나는 배우다.. .스턴트배우지만... 어쨌든 배우다...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아무튼 지금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한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녹...턴이... 왜.. 화가.. 났을..까..?"
녹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특별히 서프라이즈 이벤트까지 해줬는데 그게 애인이 보여줘야 할 태도예요, 그럼?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요?"
나마르: 가운 안으로 솜털이 오소소 솟는 기분입니다.
KP: 빽 쏘아붙이고는 도로 돌아누워서 이불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KP: 아 이거 확실히 녹턴 아니다...
삿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마르: 아니...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설정이야?
당장이라도 녹턴의 멱살을 잡고싶은 마음을 꾹꾹 내리누릅니다................
나마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잡아야할지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개웃기네
잠깐만웃을게요
나마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왜.. 온다던 녹턴(진)은 안오고 녹턴(짭)이 여기서 내 애인 행세를 하고 있는가? 대략 아득해지는 정신을 애써 다잡는 나마르
당장이라도 권총으로 저 요망한 꼬리털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됩니다. 아직은............................................................
이불을 대충 뒤집어 쓰면서 얼굴만 가려놓은 탓에 엉덩이 쪽은 이불 사이로 살짝 드러난 상태입니다.
나마르: 나는 왜 제정신인가. 술을 마시고 왔어야 했나. 그보다 대체 어쩌다가 녹턴이 내 애인이 되었
악
<< 인장의 포즈를 취합니다
KP: 진짜 토끼 꼬리처럼 부드러운 흰색 털이 꼬리뼈 끝부분에 동그랗게 말려 있고 허리께까지 등이 깊이 파인 옷이네요.
KP: ㅋ 녹턴이 고통스러울 줄 알았는데 가장 고통받는 것이 나마르가 되어버림
나마르: 내 무의식에 문제가 있는건가? 아니다. 나는 정상이다. 정상이 아닌 건 내 앞에 누워서 교태를 떨고 있는 이 녹턴(짭)이다.
권총을 뒷주머니..도 없잖아 가운차림이네 슬쩍 침대 바닥에 내려놓고 (바로 주울 수 있게요)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손을 뻗어 녹턴의 토끼털...을 토닥입니다..........................
나마르: "저기....미안합니다, 욕실에서 나와서 당신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여기가 천국인 줄로만 알아서...."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했습니다. 당신이 날 위해 이런.......이...벤..트...까지 해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화...풀어주면 안 되겠습니까?"
굴하지 않고 토끼꼬리를 건드려봅니다........... 이걸.........만질데가 여기밖에 없네요
KP: 보드랍고 가는 털이 손가락에 감겨듭니다.
달려있는 위치와 이것의.. 정체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그래도 감촉 자체는 좋은 듯...
일단 녹턴의 엉덩이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짭이라지만 왠지 죄짓는 기분이라
(머뭇)
"자기야...?"
자기야라고 부르면 이불 속에서 드디어 고개를 내밀긴 합니다. 그새 조금 울었는지 눈가가 새빨개요.
나마르: "윽,"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가 사라집니다.
아니 왜 울어
KP: 여전히 화가 덜 풀린 얼굴로 째려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턴: "몰라요. 오늘은 나 할 기분 아니에요."
나마르: "화..많이 났습니까? 내가.. 미안합니다. 화 풀..예? 아니 뭘 해요"
KP: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베개만 만지작거립니다.
그 베개가 당신 얼굴로 날아듭니다.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턴 이 꼴보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도 인정
KP: 베개로 수십 대를 연달아 때리더니 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버려요.
ㅎ
나마르: 두 눈을 질끈 감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습니다...........
<<(이 포즈)
KP: 녹턴의 화가 풀리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요.
나마르: 이 미친 사교도놈들이 대체 녹턴 얼굴로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있는거지?
사교도놈들에게서 정보를 캐내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정보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걸 하게 생겼거든요.
조금 갈등하던 나마르는....... 지금 녹턴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죠?
나마르: 이불 위로.. 기어올라가서 허벅지 사이에 녹턴으로 추정되는 이불더미를 가두고요...
"정말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낼겁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최대한 달래는 목소리를 내며 녹턴의 머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의수 손가락로 건드려요.
왼손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허리 뒤로 숨긴 채로요
KP: 안에서 조금 훌쩍훌쩍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마르: "아까 하던 건 마저 하고 싶은데... 안 됩니까?"
KP: 뒤늦게 부스스 이불을 걷고 녹턴이 일어나 앉아요.
얼굴은 눈물 범벅이고, 그렇지만 여전히 화는 덜 풀렸는지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요.
"당신도 그걸 원해서 내 앞에 그 모습으로 나타난 게 아닙니까?"
"바라는 게 있잖아요?"
KP: 녹턴은 새빨개진 얼굴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요. 속눈썹 사이사이로 다시 눈물이 스며듭니다.
왜 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마르: 애써 웃으며 녹턴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습니다. "안 됩니까? 당신도 좋아하잖아요."
이 사교도는 왜 나한테 정보를 캘 생각은 않고 교태만 부리고 있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턴은 훌쩍거리다가, 문득 침대 옆의 탁상으로 시선이 돌아가요.
메뉴판처럼 생긴 것을 탁 던져주고는 옆으로 돌아누워버립니다.
나마르: 침대 위에 펼쳐진 메뉴판을 내려다봅니다.
요리 이름들은 제대로 적혀 있는데...
음식 사진 대신, 무슨... 책 표지 같은 것이 그려져 있어요.
나마르: 이걸...내가 전에 본 적 이 있었나?
떠올려봅니다.
KP: 페이지를 몇 장 넘기다보면, 익숙한 표지 하나를 찾을 수 있어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고, 그저 검은 가죽 장정으로만 되어 있는 표지입니다.
검은색으로 무슨 문양 같은 것이 그려져 있는 것 같긴 한데... 검은 표지 위에 검은 문양이면, 아무래도 잘 보이지는 않겠죠?
녹턴은 옆에서 울어서 배 고프니까 룸서비스나 받아서 식사하고 집에 돌아갈 거라고 툴툴대고 있어요.
나마르: 어쩐지 자꾸 시선이 가는 표지네요. 메뉴판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녹턴(짭)을 건성으로 달래줍니다.
"원하는 걸로 시켜드리죠."
KP: 표지 아래에는
북경오리 라고 적혀 있습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빼기를 몇 번, 곁눈질로 녹턴(짭)을 살피며 전화기를 들어요.
0번을 누릅니다. 룸서비스를 시킬 요량으로요.
맛있겠다........
KP: 좋아요. 녹턴(짭)이 부리는 온갖 투정과 짜증은 다 받아주며 십여 분 정도 기다리고 있노라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마르: 여쩐지 삐져있는 녹턴의 곁에 앉아 (어전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임) 그의 맨어깨를 상당히 어색하게 토닥이다가....
"여기서 기다려요, 자기. 받아올테니까. " 라고 답하며 조심스럽게 문으로 향합니다.
녹턴(짭)에게 보이지 않게 양손으로 권총을 쥐고서요 민첩하게여
KP: 호텔 직원은 당신에게 '주문한 것'을 건네줍니다.
은쟁반 위에는 당신이 주문한대로의 검은 표지가 올려져 있어요.
마치 내용과 뒤표지가 뜯어나간 것처럼 너덜거리고, 손에 감겨드는 감촉이 어딘가 이상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나마르: 호텔 직원을 예의주시하며 은쟁반채로 받은 뒤에 문을 다시 닫습니다. 스위트룸이니까 침대에서 문까지는 거리가 꽤 멀겠죠.
KP: 검은 가죽 위에는 검은 잉크로 약간 반들거리는 문양이 그려져 있어요.
무슨 문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마르: 문양을 손끝으로 만져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써요.
왜 낯이 익지? 내가 이것을 전에 본 적이 있나? 저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표지만 남아있어서야... 내용은 어디로 간 거지? 어디서 찾아야하지?
KP: 아주 어렴풋하게, 본 적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른 것들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마르: 저 녹턴과 함께 있노라니 진짜 녹턴이 그리워질 지경입니다. 바니걸을 입고 있어도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합니다
나마르: 적어도
그 녹턴은 자신의 앞에서 얼굴을 붉히거나 팩 토라지거나 툴툴대거나 은근히 뭔가를 기대하는 것만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지는 않으니까요
나마르는 10분간 10년은 늙은 기분
표지는 옆구리에 낀 채로...
침실로 돌아가기 전에, 욕실에 들려서 옷을 갈아입습니다.
나마르: 누군가 세탁해놓은 것처럼 뽀송뽀송한 상태요
KP: 좋습니다. 당신이 입고 있던 옷이고, 분명 피에 물들어 있었습니다만...
당신이 간절히 바란 덕분일까요?
지금의 옷은 막 옷장에서 꺼낸 것과 같은 상태예요.
평소 나마르가 개어두는 방식대로 개어져 있고, 나마르가 평소 빨랫감을 다루던 것과 동일한 상태입니다.
나마르: 교태부리는 녹턴이 나타나는 마당에 옷이 깨끗해진 게 무슨 대수일까요.
잘 됐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환복합니다.
그리고 머리를 굴려요. 나머지 책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파티 다음에는 뭘 했지? 집으로 갔었나? 기억을 더듬으면서요.
KP: 파티가 끝난 뒤, 그 다음에는 집에 갔던 것 같아요.
특별히 다른 곳을 들린 적도 없고요. 그렇지만... 파티에서 술을 제법 많이 마셨어요. 기억은 조금 흐릿하고 몽롱합니다.
나마르: 과연.. 지금 이 스위트룸에는 짭녹턴 말고 다른 이상한 부분들은 없나요?
자신의 기억과 (흐릿하지만) 대조해보며 눈에띄게 다른 부분을 찾아봐요
스위트룸 구조가 어찌 되어있는거지 여전히 녹턴이 침대에 앉아있나요
KP: 좋아요. 겉보기에, 약속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오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나마르는 관찰력 판정을 해볼까요? 난이도는 보통.
이 저주받은 주운
KP: 스위트룸이니까.. 중앙에 거실 같은 넓은 구역이 있구요
침실이 두세 개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커다랗고 호화스럽게 꾸며놓은 침실의 2인용 침대에 녹턴이 있습니다
욕실 밖으로 나와서 방 안을 샅샅이 둘러보다보면, 무언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합니다.
나마르: 일단 저 녹턴은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어보이니, 아마도 자신이 쓸모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KP: 여긴 꽤 고층 호텔이에요. 그리고 보통 고층 건물들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완강기가 있습니다.
당연히, 거실의 테라스 쪽에도 비상용 완강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완강기 옆에는 이용 설명서가 아니라, 이상한 포스터 같은 것이 붙어 있어요.
영화 이름인가? 이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어요.
가장 높은 건물이라... 이 호텔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편인가요? 창문 밖을 내다봐요
KP: 창 밖을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전망대가 보여요.
높이 솟아오른 탑입니다. 그런데 문득, 당신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런던에는 저런 전망대가 존재하지 않아요.
KP: 아 물론, 더 샤드 전망대라던가, 있기는 합니다만...
'저 위치에'
'저런 전망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마르: 나마르는 포스터를 주의깊게 살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에 이런 게 붙어있었던 것 같진 않아요. 그렇다면.. 자신의 무의식이 반영된 결과일까요?
KP: 전망대... 라기보다는, 아주 거대하고 높은 탑.
마치 모든 것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파놉티콘'처럼요.
나마르: 포스터와 전망대를 번갈아 바라보며,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나마르입니다. "비상구는 가장 높은 건물에.."
꿈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비상구인 셈일까요?
KP: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동시에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 꿈은 당신 자신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인셉션>을 보면, '설계자'라는 인물도 등장하죠.
그들은 타인의 꿈에 간섭하여 '미로'를 만들어냅니다.
KP: 그러니 어쩌면 이 포스터는 당신의 무의식이 아닌, '설계자'가 만들어낸 '미로'의 주의사항인지도 모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발소리르 죽여 조용히 문으로 나가가 벽에 등을 붙여요.
"누구십니까?"
KP: 녹턴이 무슨 일이냐는 듯 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문 밖에서는 아주 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고개를 내민 녹턴(짭)과 눈을 맞추며 문 바깥의 인물에게 나직하게 대답합니다.
나마르: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녹턴(짭)을 불러요. "자기야?" (이렇게 안 부르면 대답을 안 해줘서)
녹턴: "왜요? 룸서비스 아까 온 거 아니에요?"
나마르: "이만 우리 사이를 끝낼 때가 온 것 같아서요."
망설임없이, 권총을 뽑아들고 녹턴(짭)을 쏩니다.
(는 사격없지만 어케든 되겠지)
KP: 거리가 꽤 있기 때문에 자동 성공은 어려울 것 같고
롤을 굴려봅시다
KP: 당신이 총을 꺼내든 순간, 녹턴은 의아한 표정으로 얼굴이 파랗게 질립니다.
동시에, 총성이 들리자마자 문이 벌컥 열립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
(바니가 둘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문을 열고 들어온 녹턴은 당황하는가 싶더니,
곧장 총구를 돌려 침실에 있던 녹턴에게 방아쇠를 세 번 당깁니다.
나마르: 이래서 들어오기 전에 처리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이마를 짚으며 녹턴이 녹턴을 살해하는 현장을 외면합니다.
rolling 1d100<60
= 1 Success
KP: 좋아요. 녹턴은 단숨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침대 위의 녹턴의 머리를 총으로 쏘아 맞춥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침대 위의 녹턴은 그대로 거꾸러져 앞으로 쓰러집니다...
나마르: 저 사체도 금방 사라질까요? 나마르는 이마를 짚었던 손을 내리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녹턴(짭)의 최후를 바라봅니다.
녹턴: "암호 물어보고 답 안하면 바로 쏘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KP: 어쨌든 자기하고 똑같이 생긴 시체를 보는 게 내키지 않는지, 녹턴은 미간을 한 번 찌푸리고는 방 문을 닫아둡니다.
"제 기억이 사라진 7일간 ...."
"혹시 당신이랑 제가 사귀기로 했습니까??"
녹턴: 녹턴은 말없이 들고 있는 총을 바라봅니다.
나마르: "방금 질문은 못 들은 걸로 해주시죠."
(나마르의 멱살을 틀어쥐더니 단숨에 주먹으로 얼굴을 한 번 후려갈긴다.)
"한 대 더 때려도 되나요?"
KP: 목이 홱 꺾일 정도로 얼굴이 돌아가고, 입 안이 온통 얼얼합니다.
한 대 맞은 것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예요.
나마르: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어낸 뒤 삐걱이는 목을 돌려 녹턴을 응시해요.
ㅋ
ㅋㅋ
ㅋ
"두 대부터는 저도 순순히 맞아드릴 수는 없겠는데요."
KP: 녹턴은 침실이 있는 곳을 한 번 가리켰다가,
자기 목에 남은 흔적을 한 번 가리켜 보이고는,
고개를 한 번 까닥 합니다.
나마르: 스읍.. .겁나 아프네요. 맷집으로 단련된 몸이라지만 아픈 건 아픈 겁니다. 자신의 멱살을 틀어쥔 녹턴의 손목을 잡아요.
"부활이라도 한 겁니까?"
"그 상처는."
녹턴: "꿈 속이라고는 해도 생생해서 기분 더럽던데요."
나마르: "아프지 않게 해드린다고 했는데, 그 점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녹턴: (손을 놓아주며) "그런 건 아닌데, 뭐랄까, 꿈 속 일이라도 현실에 영향을 '어느 정도는' 끼치는 것 같습니다."
"당신으로서는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 물건을 찾으려고 당신 꿈을 이용하려는 걸 보면..."
"어쩌면 꿈 속의 일을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마르: 조금 비틀거리다가 곧 균형을 잡고 서요. 얼얼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듭니다.
"그거, 꽤 위험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괜찮은 거 맞습니까?"
녹턴: "뭐..." (목을 긁적이다) "괜찮아야죠."
머뭇대다가 코트를 벗어 녹턴에게 건넵니다.
"무사히 돌아가게 되면, 몇 대 더 맞아드리죠."
KP: 녹턴은 목에 감고 있는 리본을 밀어올려서 목에 난 상처를 감춰요.
코트를 벗어주자 조금 생경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흘긋 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악동처럼 씩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가슴팍을 툭 칩니다.
녹턴: "아까 맞아봐서 알겠지만 안 봐줍니다."
"어쨌든, 가요. 손에 그건 뭡니까?"
나마르: 녹턴의 목에 난 상처에 시선이 머무릅니다. 차마 사과도 못하고 흘끗흘끗 쳐다보기만 해요. 멋쩍게 뒷목을 주무르면서요.
"그건 이미 맞아봐서 충분히 압니다."
옆구리에 낀 표지를 향해 고개를 까닥여요.
"룸서비스?"
"놈들이 찾는 물건이 뭔지 알겠습니다."
녹턴: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내가 제안한 거예요."
"괜한 생각 하지 마요."
"룸 서비스? 뭔데요?"
나마르: "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짐작가는 거라도 있습니까?" 표지를 녹턴에게 건네줍니다.
녹턴: (몇 번 앞뒤로 뒤집어가며 살펴보다, 문양을 가리키며) "이거."
"사교도들 짓이라고 말했죠? 이 문양을 손등에 문신처럼 새기고 있어요."
KP: 그러면서 보여주는데, 나마르가 들고 있던 것과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여줘요.
나마르: "아." 뭔가 떠오르는 게 있으려나요?
KP: 만약 녹턴이 '맞게' 보여준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책입니다.
녹턴: "일본에서 건너온 사교도라고 알고 있어요."
나마르: "아마 이 책을 찾는 거겠죠. 애석한 일이지만 여전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예의 그 포스터를 가리켜요.
그 너머, 창문으로 보이는 정경도 함께요.
녹턴: "흐음... 곤란하게 됐네요. 이 책을 제대로 찾을 때까지는 계속 당신을 쫓으려 들 텐데."
나마르: "제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띄더군요."
"... 아, 꿈 속이니까요."
나마르: "저 포스터와 전망대는 제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교도들이 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어떻습니까?"
"우메다 스카이빌딩이에요."
녹턴: "아무래도 일본 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니, 일본 전망대 모습을 빌려온 모양인데."
"예. 오사카라는, 일본의 어떤 지방에 있는 타워인데..."
"모양이 특징적이라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마르: 녹턴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건물을 이용해 건물을 설계한 거였군요.
"이대로 계속 쫓겨 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저 곳으로 가보고자 합니다."
나마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요. "기억나는 게 없으니 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좁혀요.
"한 군데 들를 곳이 있긴 합니다."
녹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파티 왔던 거 빼고?"
"어디죠?"
나마르: "제 자택입니다. 파티가 끝난 뒤에 바로 집에 돌아갔거든요."
녹턴: (턱을 매만지며) "집... 집이라면 아마 별다른 일 없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확인해서 나쁠 건 없겠죠."
"그럼 거길 들렀다가 저쪽으로 이동하죠."
녹턴: "그렇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요. 미행이나 감시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녹턴이 코트로 몸을 잘 싸맸는지 확인한 뒤에, 호텔방을 나가기로 해요.
KP: 녹턴은 코트를 입긴 했는데... 영 탐탁잖은 표정이에요.
나마르: 바니보이랑 거리를 활보하고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고요
왠지 바바리맨느낌인데
하이힐... 신고있나요
KP: 그렇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에는 녹턴도 동의하는지..
조용히 뭐 씹은 표정으로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어요. 하이힐.. 신고 있습니다.
녹턴 자꾸 바니보이로 나오니까 나마르 스스로의 무의식을 의심하기 시작한 상태
KP: 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길거리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요. 원근법이 맞지 않는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쌓아올려져 있습니다.
각도도, 방향도 제각각이고, 여러모로 현실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나마르: "이래서야 현실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겠군요."
나제 손나 꼬라지요
녹턴: "꿈이 오래 지속된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꼭 그 복장을 고집해야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조금...떨어져서 걷고 있습니다
KP: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 번씩, 녹턴을 흘긋 바라봅니다.
그런데... 코트... 어디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는 길에 몇 번 다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이 옷 위에 걸쳐 입어보기도 했는데."
"결국 다시 이 상태로 돌아오더라고요."
<<대략 인장의 상태
녹턴: (탐탁잖은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뭐, 나마르 씨 입장에서는 제가 꿈 속의 침입자인 셈이니까요."
"누가 봐도 이상하고 이목을 끌 만한... 그런 상태로 바뀌는 건지도 모르죠."
나마르: "제 탓으로 돌리지 말아주시죠.. 그렇다고 한들 왜 하필 그런...."
녹턴: "자기 무의식을 들키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나마르: "그 해괴한 옷차림이 제 무의식이라는 말씀입니까?"
녹턴: "저야 모릅니다? 정신과 전문의도 아니고."
나마르: 황당하다는 듯 도끼눈을 뜹니다. 아니, 설마? 아닐텐데?
KP: 그렇지만 침입자라면, 가장 거부하고 꺼리는 대상 아니겠어요?
나마르가 '이런 취향'이라기보다는... 같이 있기 싫고, 어딘가 거부감이 들고 꺼리게 되는... 그런 형태의 발현이 바니 복장인지도 모릅니다.
나마르: 왜 하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시 대략 이 상태
"........."
KP: 왜 하필 바니인가...
그것은 시나리오에도 나와있지 않다 녹턴을 최대한... 자세히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면서요.
저런 특이한 문양이라면 잊었을 리가 없어요.
KP: 녹턴은 오히려 이제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것도 '옷 때문에'가 아니라... '꿈 속 침입자'여서 그런 거니까요.
어차피 꿈인데 뭐 볼 테면 보라지, 외려 당당합니다.
녹턴에게서 조금 더 떨어져서 걷습니다.
녹턴의 뒤에서 걸으려다가,
나마르: 뾰잉뾰잉 흔들리는 토끼꼬리를 보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어요
KP: 호텔 방에서 만지작거린 감촉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냐 떠올리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 부분은 유야무야 넘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중입니다
나마르: 아무튼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괴상한 문양같은 걸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마르는 '평범한' 범주에 속하지 않으니까요.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죠. 그러니까 그런 '괴이한' 문양을 봤다면 기억을 못 할리가 없어요.
책의 내용을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기억대로 자신의 루트를 따라가보기로 합니다.
KP: 좋아요. 나마르는 책 문양의 괴이함에 주목합니다.
나마르: 파티가 끝난 후에는 집...으로 갔던 것 같아요. 집으로 향하고 있어요. 길이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KP: 집으로 갈 때... 올 때는 분명 지하철을 탔는데,
돌아갈 때는 걸어서 갔어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술을 좀 깨려고?
혹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나?
나마르: 평소라면 그렇게 과음을 했을 리가 없는데... (일단 술이 세다 달무리니까)
KP: 호텔 창 밖으로 바라본 야경이 아름다워서, 저 거리를 거닐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마르: 술이 아니라 뭔가 다른 걸 마신 걸까요?
KP: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나마르가 평소보다 유독 과음을 하긴 했습니다.
술게임을 했는데, 헤이싱의 딸인 헤이란이 자기도 게임을 하고 싶다고 아득바득 우겼거든요.
KP: 헤이란은 아직 어리고, 따라서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란이 지게 되면 한 사람이 흑기사를 해주기로 했었어요. 그리고 그건 가위바위보로 정했는데... 나마르가 졌습니다. 또.
나마르: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 이런 상태가 됩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KP: 그러는 바람에 술을 평소보다 아주 많이 마시게 된 것 같아요.
나마르: 이제서야 기억이 납니다. 머리가 꽤 어질어질하고 몸에서 열이 올라서, 열도 식히고 술도 깰 겸...
집으로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KP: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덧 집 앞입니다. 원래는 거리가 더 멀었을 텐데... 꿈 속이라 그런가? 훨씬 빨리 도착한 느낌이에요.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은 어떤 곳인가요?
나마르: 자연스레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며 계단을 오릅니다. 흔하디 흔한 임대 아파트입니다.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니에요.
5층짜리 아파트이고 한 층에 여섯 세대가 살고 있어요. 나마르의 집은 3층입니다.
15년정도 되어 외관이 그렇게 썩 깔끔하지는 않고 허름한 편이고요. 엘리베이터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좁은 복도를 걸어 올라가야해요.
KP: 좋아요.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입니다. 보수공사를 별로 한 편도 아니고, 건물 외벽에는 페인트가 금이 가 있는 것이 보여요.
나마르가 기억하는대로의 모습입니다.
계단에는 다른 주민들이 계단에 세워둔 자전거며 화분 따위의 물건이 놓여 있어서, 만약 맞은 편에서 다른 사람이 올라오기라도 하면 멈춰서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정도로 좁아요.
복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어서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폭밖에 남지 않아요.
파티가 끝난 후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상당히 늦은 탓에, 모든 집에는 불이 꺼져 있고 아주 조용했습니다.
나마르: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기 전에, 혹시라도 미행이 없는지 주변을 살폈을 거예요.
KP: 일주일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 그랬나요? 혹은 지금?
나마르: 일단 지금이요!
일주일 전의 기억도 떠올려봅니다. 왜이런데서
좋습니다. 그때는 술에 취해 있었던 데다, 미행이 쫓아올 만한 상황을 겪고 있진 않았어요.
그래서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벽을 짚고 올라갔습니다.
이 아파트는 오래된 탓에 계단의 폭이 좁고 계단 한 칸의 높이가 높은 편이거든요.
그러는 바람에 손바닥이 더러워졌어요.
그래서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다가, 손이 더러운 걸 보고 멈칫했고,
KP: 손바닥을 대충 어디에 문질러 닦았었는데...
그 왜... 오래된 집들은 집 앞에 아침에 배달하는 우유나 신문 넣어두는 주머니? 통? 같은 거 있는 거 아세요?
나마르도 신문을 받아보니까 있을거예요
KP: 아침이 아니니까 주머니가 비어 있을 거예요. 거기다 닦으려고 했는데...
퍼뜩,
그 안에 뭔가 들어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라요.
누가 내 집에 네크로노미콘(아님)을 배달했어
KP: 그리고 나마르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지금은 밤, 가로등이 있긴 하지만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고, 아주 어두워요.
KP: 하지만 그렇기에... 만약 아래층에 불이 켜진다면,
어렴풋하게 불 켜진 것이 비쳐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빌라는 계단 참마다 센서등이 달려 있어요.
1층의 불이 켜지는 것이 보입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 혹은 '무언가', 당신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나마르: 우리는 3층 나마르의 집 앞으로 올라온 거죠?
나마르: 그럼 녹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다가 맨어깨라 흠칫하고,
입술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서 아래층을 향해 고개를 까딱해요
KP: 기억을 되짚은대로, 우유주머니를 살펴보면... 무언가 들어있는 듯 묵직해 보입니다.
녹턴은 그쪽으로 시선을 흘긋 돌렸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총을 쥡니다.
나마르: 아무튼 나마르는 녹턴에게 주의를 준 뒤에... 허리를 굽혀서 우유주머니를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꺼냅니다.
KP: 안에는... 소포 같은 것이 들어있어요.
그때는, 어땠더라.술을 많이 마신 탓에 화장실이 급했어요.
아, 그래서 소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곧장 화장실부터 갔습니다. 손도 씻어야 했고요.
그런데... 나마르는 개를 한 마리 키우지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만병통치약> 때 ZMB 연구소 에서 구출해온, 사람 얼굴 에 개 의 몸을 한 생물이 요. (←CoC 만병통치약 스포일러)
KP: 당신은 화장실에 들어간 김에 볼일도 보고, 손도 씻고... 겸사겸사 씻고 나왔습니다.
화장실과 욕실이 붙어 있거든요.
그러다 욕조 안에서 잠깐 졸았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 시간이 상당히 오래 흐른 뒤에 나왔었고, 밖에 나와보니... 키우던 개가 소포를 모두 물어뜯어 해체해 놓다시피 했었습니다.
소포 안에는 책이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전부 갈기갈기 찢어져 있던 것이 생각나요.
KP: 하지만 표지는 가죽이었기 때문에 잇자국만 좀 남은 정도였어요.
당신은 그때 술에 취해 있던 데다, 오래 걸어서 피곤하기까지 했고...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우리집 개가 또 휴지랑 신문을 물어뜯었구나, 하면서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고 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마르는 문을 열다 말고 잠깐 입가를 가립니다. 기억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책을......다른 쓰레기들이랑 한데 모아서 버렸던.........가.......?
KP: 아마 일반쓰레기에 버렸던가?
아니, 종이쓰레기였나요?
KP: 문에 열쇠를 꽂고 돌리면 문이 열립니다. 어두운 방 안이 보여요.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방 안이 텅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KP: 녹턴이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고 물어옵니다.
나마르: 멈머가 짖지는 않을까 조금 마음을 졸였었는데, 다행입니다.
녹턴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더 크게 젖히면서 조용히 속삭여요. "찾았습니다. 그들이 찾는 물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KP: 녹턴은 등 뒤를 흘깃 보았다가,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 너머로 보이는 복도의 모습은... 아직 조용합니다.
나마르: 녹턴이 들어오고 나면 문을 닫고 걸쇠를 겁니다.
KP: 검고 어둡고 적막에 싸인, 당신에게 익숙한 고독과 같습니다.
나마르: 쫓아오는 게 아까 봤던 그 괴물이라면 몇 초나 버틸 수 있을까요. 2초? 3초?
KP: 방 안은 불이 모두 꺼져 있어요. 아주 어둡고 조용하고 냉기가 감돕니다.
기껏해야 2초에서 3초 남짓일 겁니다.
하지만 나마르, 기억해봐요. 그 괴물이라면 악취가 진동할 거예요. 지금은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요.
게다가 그 괴물이라면 사실,
나마르: 좋아요 적어도 그 놈은 아니라는 거군요.
이 높이에서도 볼 수 있을 걸요?
KP: 승용차를 종잇장처럼 뭉개면서 다닐 정도로 컸으니까요.
나마르: 그렇다면 역시 사교도들 중 하나일까요?
KP: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나마르: 불은 켜지 않습니다. 대신 녹턴을 이끌고 창가로 향하려다...가 어딜 잡아야할지 몰라서 손이 잠깐 방황해요
그냥 손짓을 하기로 합니다.
"이리로."
KP: 녹턴은 조심스럽게 방 안을 둘러봅니다. 방 내부는 어떤가요?
나마르: 평소에 나마르가 지내는 집이라면, 아마 그다지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는 아닐 겁니다.
현관에는 미처 내놓지 못한 쓰레기봉투가 두엇 세워져있고, 옆에는 인스턴트 식품들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쌓여있겠네요.
거실이나 부엌, 침실의 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합니다.
약간 더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겠네요.
KP: 좋아요. 여기저기 구겨진 옷가지며 돌돌 말린 양말 따위가 놓여 있고,
식탁에는 세금 고지서 같은 것들이 대충 쌓여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머리빗이라던가 이어폰이라던가 티백 같은 잡동사니들이 어울리지 않게 아무데나 흩어져 있어요.
택배로 받은지 며칠 지났는데 아직 뜯지도 못한 물건들이 사용하지 않는 의자에 쌓여 있고요.
제때 버리지 않은 탓에 인스턴트 식품들의 찌꺼기에서 나는 냄새가 약하게 공기중을 떠돕니다.
나마르: 그렇습니다. 구겨진 옷가지를 대충 발로 밀어 치우면서, 나마르는 소포를 들고 이 집의 유일한 식탁 겸 테이블로 다가가요.
KP: 녹턴은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지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신발을 신고 들어옵니다.
나마르: 위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적당히 팔로 밀어 치우고, 그 위에 소포를 내려놓습니다.
"이겁니다. 기억이 났어요."
KP: 소포를 살펴보면, 수신인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펜 따위로 직접 적은 것 같은데, 필체가 묘하게... 낯익어요. 아주 오래 전에 본 적 있는 글씨입니다.
나마르: 나는 왜 이 필체를 알고 있는 거지? 포장을 뜯기 전에 녹턴을 향해 고개를 돌려요.
"혹시 이 필체, 전에 본 적이 있습니까?"
"묘하게 낯이 익는데."
KP: 녹턴은 필체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나마르: 기억 속의 소포에도 이런... 발신인과 수신인 같은 게 적혀 있었던가?
KP: 그렇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니까요.
나마르: 이 필체를 어디서 봤었는지 떠올리려고 노력합니다.
KP: 아주 오래 전에 본 글씨입니다.
거의... 십 년은 되었을까요.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요.
KP: 그렇게 오래 전 본 필체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이유는 하나 뿐이겠죠. 그렇습니다. 당신의 누나의 필체와 꼭 닮아 있어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제와서?
나마르: ".....이제 와서?" 허탈하게 중얼거리던 것도 잠시,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소포를 빤히 내려다보던 나마르는..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거친 손놀림으로 포장을 뜯기 시작해요.
비릿한 잉크냄새, 해묵은 종이의 먼지 냄새.
아주 오래되어 누렇게 뜨고 변색되어버린 종이입니다.
묶음으로 들어있는데... 내용은 텅 비어 있네요.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원래는 표지가 있었어요. 가죽으로 된 검은 표지요. 사람의 입 형태로는 물어뜯을 수 없어서, 혼자 형태가 멀쩡하던... (CoC 만병통치약 스포일러)
나마르: 얼굴이 확 달아오릅니다. 귓가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에요. 떨리는 손으로 종이뭉치를 헤집으며 한 장이라도 좋으니 내용이 적힌 낱장을 찾아 헤매요.
그러다가... 품 속에 접어서 넣어뒀던 표지를 꺼내, 누런 종이뭉치의 가장 겉면에 맞춰봅니다.
꾸드득... 꾸득
마치 표지가 살아있는 생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종이뭉치를 감싸며 집어 삼키듯 변화합니다.
피처럼 붉은 잉크가 번지듯, 내용을 서서히 채워넣어갑니다.
KP: 알 수 없는 문자들, 기이한 도형들...
그리고 그때 그 사이로, 새것 같은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나마르: "아르슬란?" 멍하니 잊혔던 누이의 이름을 부르며, 떨어진 종이를 집어듭니다. 손이 형편없이 떨리고 있어요.
KP: 종이에는 아주 익숙한 필체로, 아주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없애달라는 내용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도 않고, 당신의 이름을 지칭하지도 않고,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조금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꼭, 어떤 방법으로든 이 책을 없애야만 한다고 적혀 있어요.
나마르: 종이를 쥔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갑니다. 오랜 시간 찾아 헤맨 유일한 혈육. 이제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었는데, 이제 와서? 왜?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살아있었던 거야? 그렇다면 어째서 연락을 하지 않았지? 이런저런 의문들이 머릿속을 꽉 메우다시피 합니다.
그러다 문득, 녹턴의 질문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종이를 쥔 손을 들어 이마를 짚어요.
이미 종이는 손 안에서 형편없이 구겨져있겠네요.
"아니..아닙니다. 괜찮습니다."
KP: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용과 필체만은 여전해요.
이제 어떻게 하나요?
나마르: 여전히 혼란이 가득한 얼굴로, 녹턴을 돌아보며 묻습니다.
"녹턴 씨?"
나마르: "제 꿈으로 들어오신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저를 보호하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사교도들이 찾는 물건을 당신이 먼저 손에 넣기 위해서?"
"후자였다면 제가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당신이 '찾았다'고 했을 때 빼앗으려 하지 않았을까요?"
KP: 녹턴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당신 쪽으로 밀어줍니다.
나마르: "놈들이 찾는 물건은 이게 맞을겁니다."
녹턴: "의심 같은 건 많이 받아봐서 괜찮거든요."
"못 믿겠으면 당신이 갖고 있어요."
나마르: "아니, 아닙니다. 혼잣말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녹턴: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다가) "그냥... 살고 싶어서요. 이렇게 대답하면 이상합니까?"
녹턴: "하하, 말했잖아요. 그 사교도들하고는 한 번 엮여본 적 있다니까요."
"영국 전역에 지명수배령이 떨어져서 연쇄살인범으로 쫓겼다구요."
"그러다 누명을 벗으려고 조사를 좀 하게 됐는데,"
"세계 멸망이라도 계획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녹턴: (어깨를 으쓱이며) "뭐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고 안 믿어도 상관 없지만요."
나마르: 입 밖으로 내뱉으니 더 멍청하게 들리네요.
녹턴: "그래도 그때 어떻게든 잘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교주가 아닐까, 추정되는 여자를 본 적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나마르: 순간 나마르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그 교주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십니까?"
"나잇대라든가, 생김새, 성격, 습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녹턴: "거의 없어요. 일본에서 왔다는 거, 그리고 목덜미에 잇자국 같은 게 남아있다는 거."
"그리고 아마도...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일 겁니다."
"어떤 방법을 쓰는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가는 법을 아는 것 같아요."
나마르: 녹턴의 말을 듣고 무릎이 푹 꺾여 휘청입니다. 테이블을 붙잡아 넘어지는 일만은 모면했지만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1%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가 없어요.
완성된 '정체불명의 책'을 매섭게 내려다보며 테이블 끄트머리를 붙잡은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줍니다.
녹턴: "그리고 욕망...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고,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렇게 세를 불려나가고, 고위 공무원 같은 지도층이 될 만한 세력들을 포섭해 자기 편으로 만들죠."
"그들의 뒤를 쫓을 방법이 있습니까?"
고개를 들어 녹턴을 바라보는 나마르의 눈빛에는 어떤 결심같은 게 어려있을 거예요.
"아주 오랫동안, 찾고 있던 사람이 있습니다."
녹턴: "그런데... 왜요? '아르슬란'이 누군데요?"
나마르: "실종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사망자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이 책은 누이가 제게 보낸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아는 그 교단이 제 누이와 어떤 식으로는 연관되어있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이는군요."
녹턴: "10년... 이면, 그 동안 연락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나마르: "..맞습니다. 흔적을 쫓고 있었죠."
녹턴: "그럼... 당신이 여기 산다는 걸 어떻게 알고 보낸 거죠?"
녹턴: "... 아, 하긴. 물어볼 수도 없겠군요."
나마르: "하지만 이 필체는 분명히 그녀의 것입니다."
"그러니..."
아르슬란의 필체로 쓰인 종이를 한 손으로 구기며, 책의 겉표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봐요.
책의 표지를 젖히면 안의 내용이 보이겠죠?
나마르: 아까는 빈종이였는데, 이제는 글씨가 빼곡하게 쓰여있나요?
KP: 맞아요. 피처럼 붉은 잉크가 종이 안쪽에서부터 번져나오듯이 책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읽을 수 없는 글자와 기호와 도형들 뿐입니다. 당장 이 책을 읽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요.
나마르: "놈들이 원하는 이 책은.. 현실에서는 아마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갈갈이 찢기는 바람에, 제가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으니까요."
녹턴: (쪽지 내용을 흘긋 보더니) "처리하긴 하셨나보군요."
씁쓸하게 웃어요.
녹턴: "그렇게 됐으니 아마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써서라도 이 책을 되찾으려 한 모양입니다."
"저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물건인가보죠."
"그러니 꿈 속에서마저 사라진다면,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영영 사라지는 거겠죠."
나마르: 결심한 듯 책을 집어들어요.
약간 갈등하는 기색입니다.
KP: 녹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한 발 뒤로 물러서 기다립니다.
나마르: 아르슬란이 대체 무슨 일에 연관된 건지 알고 싶다는 마음과, 그녀의 말대로 책을 처리하고 싶다는 마음.
고민은 짧았습니다.
"..없앨 겁니다."
나마르: 책을 들고 부엌으로 다가가요. 거기 가스레인지가 있으니까요.
선반을 열고 토치를 꺼내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 뒤, 위에 책을 올려둡니다.
KP: 나마르가 부엌으로 다가가 가스레인지 밸브를 막 열려고 하는데,
바로 그 때,
복도 쪽에 서 있던 녹턴은 그 충격에 떠밀려 날아가다시피 테이블에 처박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당신은 넘어지는 것은 간신히 모면했지만 그래도 어질어질해요.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그리고 폭발로 인해 부서져내린 문과 벽 너머로,
"녹턴 씨!"
녹턴은 날아가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힌 것 같아요. 그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바닥에는 피가 번집니다.
나마르: 그리고 여기는 나마르의 집이니까요, 그대로 뒤를 돌아 녹턴을 향해 달리면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을 가방을 챙겨 그 안에 책을 마구잡이로 쑤셔넣어요. 아마 복도 구석에 놓여있었을 겁니다.
"녹턴 씨! 안 돼!:" 심장이 빠르게 두방망이질을 칩니다. 설마 죽었나?
KP: 그리고 검은 사람들은,
당신에게 총을 겨눕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걸 내려놓고 물러서."
나마르: 녹턴의 앞에 미끄러지다시피 주저앉으며 그의 머리를 받쳐 무릎 위에 올려둡니다.
KP: 무슨 짓을 하더라도, 아마 방아쇠가 당겨지는 속도보다 빠르진 못할 겁니다.
"손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일어나."
KP: 뱀처럼 쉭쉭대는, 아무런 고저 없는 목소리로 상대는 말합니다.
나마르: 그리고 아주 느릿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여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은 채로요.
KP: 목소리만 들어서는 여성인지 남성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나마르?
어쩌면 그보다 많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나마르: 그렇다면 나마르는 괴한이 시키는대로, 벽을 보고 선 채로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립니다.
"너희는 누구지?"
KP: 좋아요. 가방은 어떻게 있나요? 바닥에 뒀나요?
KP: 좋습니다. 총을 든 사람은 발로 가방을 끌어당겨 뒤로 차 보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챙기는 것이 보입니다.
"틀림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다 쉬어가는 듯한, 창문을 긁어대는 목소리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총을 든 이는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나마르: 그 틈을 타 슬쩍 고개를 뒤로 젖혀 괴한들의 얼굴을 확인해요.
정말.. 보나요?
네 봅니다
당신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 들면, 퀭하고 텅 빈 구멍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라면 아마 눈이 있어야 할 자리일 겁니다.
버석버석하게 말라붙은 살거죽은 쪼글쪼글하게 주름지고 갈라져 썩어가고 있습니다.
뼈 위에 눌어붙은 흔적들만이 그들이 한 때 살아있었음을 증명합니다.
KP: 총을 들어올린 손등에는 책 표지에 있던 것과 꼭 같은 문양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나마르는 이성 체크.
1/1D4+1.
오ㅏ
장기광기예요
나마르는 이전에 장기광기 걸렸던 적이 있죠?
아니면... 상황이 다르니까요
원한다면 다른 장기광기를 새로 고를 수도 있습니다.
KP: 랜덤으로 뽑으시겠어요? 아니면 원하시는대로 정하실래요?
나마르:
ㅋㅋㅋㅋㅋㅋㅋㅋ
KP: 좋아요. 무기력증이네요.
나마르는 왜 무기력증에 걸렸을까요? 무기력증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신체적인 무기력증이 아닌 정신적 무기력도 괜찮아요.
우울증처럼 표현하셔도 좋습니다.
나마르: 나마르는 분명히 반격할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랬어요.
비록 설계자가 있다고는 하나 이곳은 꿈이고, 꿈의 주인은 나마르이니 어떻게든 방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르슬란의 흔적입니다.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순순히 명령에 따르는 척, 반격의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뒤를 돌아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그 존재'를 보는 순간, 나마르는 본능적으로 깨달았어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는 사실을요.
나마르: 신을 마주한 인간의 기분이 이런 걸까요? 결국 모든 것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안에서 나마르가 어떤 발버둥을 치든, 결국은 저들은 원하는 바를 이룩해내고 말 겁니다.
거기에 나마르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는 없어요.
개입해봤자... 저기 피웅덩이 속에 누워있는 녹턴과 같은 꼴이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죠.
나마르는 거대한 무력감을 느껴요. 운명에 순응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 혹은 기계의 부품이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모든 전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절망과 무력감이 대신합니다.
나마르: 그저 그 자리에 못박힌 듯이 서서, '어둠의 존재'들이 누이의 뒤를 쫓을 유일한 단서를 챙기는 걸 지켜볼 뿐이에요.
결국에는 이렇게 될 예정이었던 겁니다. 나마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KP: 좋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눈빛이 빛을 잃어가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대단히 흡족하다는 듯이 히죽 웃어요.
다 말라 비틀어져가는 살거죽이 위로 말려 올라들어가며, 그나마 입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살거죽이 투둑투둑 뜯어져 나갑니다.
썩어가는 역겨운 살점 조각이 부스러져 흘러내려요.
그러나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총을 들고 있던 이는 몸을 돌려 걸어나갑니다.
마치 당신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나마르: 나마르는 그 모습을 멀거니 올려다보면서 천천히 주저앉아 무릎을 꿇습니다.
당신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면, 마치 처형인이라도 되는 양,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사교도가 당신의 머리를 거세게 후려칩니다...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겁습니다.
나마르: "하, "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요.
KP: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요.
얼마나 누워있었던 걸까요? 바닥은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물 소리가 들려요.
손목은 등 뒤로 돌려져 수갑이 채워진 것 같습니다.
나마르: 전신의 근육이 전부 사라진 것만 같습니다. 여긴 어디지? 나는 살아있나?
KP: 주변은 아주 어두워요. 희미하고 어슴푸레한 푸른 빛이 보입니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긴... 어디죠? 잘 모르겠어요. 저건 수조인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려옵니다.
나마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립니다. 기억을 정리하면서요.
KP: "그런데 형제님, 왜 저 자를 왜 그냥 죽이지 않는 겁니까?"
"그는 아직 이 꿈의 주인이다... 우리의 준비가 모두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는 남겨두어야 해."
"아직 '약'의 시간도 남아있지 않느냐."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저녀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그 말에 처음 질문을 던진 쪽은 음산하게 웃습니다.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들 정도로 조롱과 악의로 가득찬 웃음입니다.
나마르: 아직도 꿈이란 말인가? 깨어난 줄 알았는데. 나마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강운 벽에 힘없이 몸을 기댑니다.
몸이 무겁습니다. 아니, 무거운 건 머리일까요?
당신이 인기척을 내자, 그들은 이쪽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나마르: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릿속이 뿌옇고, 정신은 이 이상 어떠한 생각도 이어나가기를 거부합니다.
KP: ... 아직 어둠에 눈이 완전히 익지 않은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깨어난 모양이군."
"하, 하, 하..."
가래 끓는 듯한 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웃음소리... 일까요?
나마르: 벽에 이마를 기대며, 나마르는 그 말에 동조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미 모든 것은 그 분의 뜻대로.
KP: 그들은 비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수조가 있는 복도를 지나,
저 너머로 나아갑니다... 어떻게 하나요, 나마르?
KP: 적어도 인기척이 들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수조 안에는 생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물고기라던가 뭐 그런.. 수중 생물들이겠죠.
그럼 물소리가 들린다고 했죠? 자세히 살펴보면, 수면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여요.
나마르가 있는 것은 수조의 벽 위로 높게 올라선 벽 끄트머리입니다.
아직 수면이 여기까지 닿으려면 멀었지만...
KP: 이대로 물이 계속 차오른다면?
저 물은 어디까지 차오르는 걸까요? 가만히 있다가는, 익사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건가요, 나마르?
저 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면, 현실의 '나'도 죽게 되는 걸까요?
KP: 그들은 '약'의 효과가 다하려면 멀었다고 합니다.
나마르: 그들이 자신을 두고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마르는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절그럭거리는 사슬소리가 귀에 거슬리네요. 침대에 누워있는건가?
KP: 침대는 아니에요. 그냥 바닥입니다.
맨바닥이요.
나마르: 돌바닥이군요 일단 방을 좀 둘러볼게요. 묶여있는 곳에서 벗어날 수는 있는 상태인가요?
KP: 벽과 연결되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벗어나려 한다면, 벗어날 수는 있어요.
커다란 수조가 보이고... 자세히 살펴보니 수면 아래로 어룽어룽 비쳐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물에서는 약한 짠냄새가 느껴집니다.
아쿠아리움?
그렇게 보여요, 커다란 아쿠아리움이요.
나마르: 그렇다면... 나마르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의자를 찾아봐요.
KP: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는 거대 수조 같네요.
둘러보면, 구석에 아주 단순한 디자인의 철제 의자들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등받이 없는 스툴이에요.
나마르: 철제의자 하나를 꺼내고, 그것을 뒤집습니다.
의자의 엉덩이받침부분을 다리로 단단히 고정하고... 뾰족한 의자다리를 자신의 의수 틈에 끼워넣어서... 의수를 분리합니다.
KP: 손이 등 뒤로 돌려져 있는 탓에 상당히 힘들어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의수가 아닌 쪽의 손목이 끊어질 것처럼 아파옵니다. 적어도 살이 쓸리거나 벗겨진 것은 확실합니다.
음... 민첩으로 굴려볼게요
실패해도 분리할 수는 있는데, 대신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요.
KP: 좋습니다. 십여 분 가까이 걸려 시도한 끝에, 나마르는 간신히 의수를 분리해냅니다.
나마르: "....." 이마에서 땀이 흐릅니다.
KP: 빼내고 나면 양쪽 어깨가 미친듯이 욱신거리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요.
게다가 반대쪽 손목은 피멍이 들었고, 살갗이 다 쓸려 벗겨져 있어요.
약하게 피가 비쳐 보입니다.
나마르: "쓰읍..." 피멍이 든 손목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려요.
KP: 그리고 의수와 맞닿은 부분의 살도 너무 아파요.
의수가 여기저기 비틀리면서, 그쪽도 마구 쓸렸거든요. 진물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마르는 수갑으로 이어져 덜렁거리는 자신의 의수를 내려다봅니다.
이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네요. 비록 팔 하나뿐이지만, 원래 외팔이었으니까요.
KP: 너무 아파요, 너무 아픈데,
근데 아직 살아있어요. 멀리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나마르: 방 안에 다른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나요?
수갑 열쇠같은 걸 어디 두고 다닐 것 같아 보이진 않고.
KP: 문은 살짝 열려있고 그쪽으로부터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어요.
누군가 그 앞을 왔다갔다 하는지 검은 그림자가 문 그림자를 몇 번 스쳐 지나갑니다.
나마르: 철제의자를 들고 문으로 다가가 문 옆의 벽에 몸을 붙여요. 문틈으로 바깥의 동향을 살핍니다.
KP: 그림자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사람인 것 같고, 광원은 문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며,
저건...
토끼 귀?
KP: ... 아, 이럴 땐 알아보기 편리해서 좋긴 합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립니다.
나마르: "녹턴 씨?" 확인하듯, 재차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요
또각또각 하는 걸 보니 하이힐 소리입니다.
KP: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고,
어둠이 걷힙니다. 눈이 부셔서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문 틈으로 불쑥 튀어나온 얼굴이 보입니다.
아, 예상한대로 녹턴이네요.
나마르: 빛 때문에 눈부셔하며 미간을 찡그려요. 그 상태로도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묻습니다.
"토끼는?"
"아, '당근을 먹지 않는다.' 깜빡할 뻔했군요."
나마르: 철제의자를 쥔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요.
"..당신이었군요."
"안 괜찮아 보이긴 합니다만."
나마르: "보다시피." 수갑을 찬 손을 들어올려요.
의수가 덜렁거립니다. "당신은? 또 죽었던 거 아닙니까?"
녹턴: "아, 좀 전에요. 그때 죽진 않았었는데..."
나마르: '현실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녹턴의 말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의 머리를 집요하게 쳐다봅니다.
녹턴: "움직일 만한 몸 상태가 아니길래 그냥 자살했어요."
녹턴: "많이 죽어봐서 괜찮아요. 이게 수갑 열쇠가 맞는지는 모르겠네."
그는 앞에 쪼그려 앉아서 열쇠 꾸러미를 뒤적입니다.
나마르: "듣는 입장에서는 별로 괜찮은 것 같진 않습니다만."
KP: 그러고 보면 발음이 살짝 이상한 것도 같긴 합니다.
나마르: 정작 자기도 녹턴을 한 번 죽인 전적이 있는지라 말을 줄입니다.
혀를...깨물었나?
녹턴: "그냥 입 안에 살짝 화상 생긴 정도입니다."
녹턴: "총은 두고 갔더라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뇨, 총 물고 입에 한 발 쐈어요."
"제정신이냐고 물어야할지, 이성적이라고 칭찬해야할지.."
녹턴: (씩 웃으며) "좀 아이러니하긴 하죠?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죽어야 한다니."
나마르: 화끈거리는 손목을 입술로 누르며 고개를 까딱여요. "고맙습니다."
녹턴: "어쨌든, 예,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목적을 위해서 당신을 좀 이용해야겠는데요."
나마르: "들어보기나 합시다, 그 목적이라는 거."
"아직 논문 수정도 해야 하고, 할 게 많거든요. 바빠요."
"그나마 꿈 속이라 현실하고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게 다행이죠."
나마르: "별 소용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어쩐지 회의적인 태도입니다.
"절 이대로 내버려두고 당신만 빠져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아, 소용 없다고 했던가요."
"그리고 그냥 두고 가면 찝찝할 거 같은데요."
"잊었나본데 당신 나한테 아직 빚진 거 있어요."
나마르: "당신의 그...차림새를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편이 더 찝찝하지 않습니까?"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찔린 표정을 하네요.
"잊어주면 안 됩니까?"
"당신 입장에서도 이게... 음.... 유쾌하진 않... 아니, 유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실제가 어떻든 간에."
"사람을 뭘로 보는 겁니까."
나마르: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같으면 잊을 수 있겠습니까...?"
"노력은... 해보겠지만."
녹턴: "목숨 값 치고는 저렴한 편인 거잖아요, 그래도. 좋게 좋게 생각합시다."
"살다보면 잊게 되겠죠, 언젠간."
나마르: 그래도 녹턴이 토끼꼬리를 흔들며 앞서 걸어가던 장면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구태여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습니다.
표정에는 드러났을지도 모르곘네요. 그는 손을 내밀어줍니다.
나마르: 내밀어진 손을 빤히 응시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당신에겐 빚이 있으니."
"그래서, 여긴 어디입니까?"
녹턴: "아마 책을 가지고 여기서 뭔가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직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건지도 모르겠고..."
"얼마 안 남았다는 건 확실해요."
"꼭대기층으로 가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 아, 책을 여기로 가지고 나오지 못하게만 하면 상관 없으려나요."
"계획이라도 있나요?"
"우선은.."
수갑에서 풀려난 의수를 내려다보며 조금 머뭇거려요.
"잠깐 기다려주시죠."
녹턴: "이 무책임한 무대뽀 정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기다릴게요."
그는 양 손바닥을 내보이고는 뒤로 몇 발작 물러납니다.
"아니면 좀 도와줄까요?"
다만 엄청나게 아프겠죠. 아까 그렇게 긁어댔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참을 걸 그랬나, 라고 생각하며 티셔츠를 벗어 적당히 공처럼 뭉친 뒤 입에 뭅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늘 하던대로, 의수를 오른팔에 끼워넣어요.
"흡-"
끔찍한 격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고통이 조금씩 옅어지자 티셔츠를 뱉어요.
침이 묻은 게 좀 찝찝하긴 하지만 뭐.. .피보단 낫겠죠.
다시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의수가 잘 움직이는지 확인한 뒤에야 몸을 돌립니다.
KP: 하도 이를 세게 악문 탓에 턱이 뻐근합니다.
옷은... 축축해진 데다 잇자국이 남았어요.
나마르: 오른팔도 전보다는 움직임이 둔한 것 같아요.
녹턴을 돌아보는 얼굴은 땀에 젖어있겠네요. "됐습니다. 가죠."
KP: 아직도 욱신거리고 아픕니다. 하지만 당장 어떻게든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최상층으로 올라가나요?
나마르: 최상층으로 가기 전에, 책이 어디에 있는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방법이...있나?
KP: 나마르가 만약 사교도라면,
책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요?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해 하려는 것이 무엇일까요?
나마르: 그걸로 뭔가..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까 녹턴이 세계멸망 어쩌고 했었고.
KP: 혹은 책이 어디 있든 상관 없이, 책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손에 넣을 방법이 있을까요?
나마르: 이게 나마르의 꿈이니까 나마르가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세상만사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죠.
나마르는 사교도였던 옛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나마르: ㅋㅋㅋㅋㅋㅋ
광신도였던 옛 추억을 떠올려봐요................ 자신이 만약 그 분의 말씀이 담긴 찐 성서원본을 손에 넣었다면.............. 그게 이 탑의 어딘가에 있다면....................
역시 최상층의 접근금지구역에 모셔뒀을 것 같은데요. 들어가려면 보안키패드 이중삼중으로 있고.
나마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막...
가운데에 유리케이스 있고 조명 여러개로 비추고있고 게다가 이 탑의 모습이 파놉티콘을 연상시키고 있다면, 당연히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통제할 수 있는 곳에 두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다 생각해서 나온 결과야
"역시 최상층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KP: 그렇다면 목적이 책을 구하는 것이든, 아니면 탈출하는 것이든,
결국 가야하는 장소는 하나뿐이라는 결론에 도착합니다. 녹턴은 나마르의 이야기를 듣고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최상층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나마르: 엘베는 그놈들이랑 마주치는플래그를 세우기 딱 좋으니까
비상구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KP: 녹턴이 비상구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뭐... 안 되면 손에 들고 올라가야죠."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이런 걸 신고 어떻게 근무하는지 모르겠어요..."
"호신용이 아닐까요?"
나마르: "예, 걷어차는 용도로 아주 적합해보였습니다."
녹턴: (흘긋 내려다보며) "뾰족하긴 하지만..."
"잘못하면 균형 잃고 넘어질 것 같은데."
KP: 녹턴을 따라 수조가 있는 방 바깥으로 나오면,
나마르: 녹턴(짭)에게 허벅지를 걷어차였던 고통을 떠올리며 녹턴을 따라가요.
토끼꼬리에는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요.
KP: 바깥을 보면, 녹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은 우중충한 먹구름이 끼어있고, 마치 거대한 수조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어요.
발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은 내부에서부터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콘크리트 파편과 유리파편들이 마구 쏟아지며 무너져내립니다.
하늘에서는 타오르는 별들이 구름층을 뚫고 쏟아져 내려옵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들은 우중충하고, 잿빛입니다.
이 탑만은 마치 세상과 유리된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마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을 목격하고 잠시 말을 잃습니다.
녹턴: "...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잖아요."
나마르: 꿈의 주인인 자신에게 투여한 약물이 효력을 다해가기 때문일까요?
녹턴: "무너지는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요."
"아까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곳에서 무너지고 있었는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네요. 곧 강을 넘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점점 꿈에서 깨어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혹은, 당신이 받은 충격 때문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구요.
KP: 그것조차 아니라면... 책과 사교도들의 영향 때문인지도?
나마르: "무너지는 세계에 갇혀봤자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진 않군요."
KP: 타워 내부는 조용합니다.
그렇지만 어딘가 불길해요. 너무 조용한 탓에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나마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놈들'의 인기척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아요.
"지나치게 조용합니다."
"일이... 다 끝나가는 걸까요?"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져요.
KP: 어느샌가 두 사람은 거의 달리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은 그저 흘러내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 물들은 세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이 그저 거대한 수조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듯이.
창 너머로, 점점 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여요.
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속도보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아주 높은 건물 몇 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이 물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어두운 회색빛의 물길 속을, 거대한 그림자들이 헤엄치는 것이 어렴풋하게 보입니다.
나마르: "아무리 꿈이라지만, 이래서야 세계 멸망이랑 다를 것도 없는..."
"저게 뭐지?"
나마르: 계단을 세 칸씩 뛰어오르면서도, 바깥의 풍경에 일시적으로나마 시선을 빼앗깁니다.
네!
KP: 나마르는 잠시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깥 광경을 내려다봅니다.
북반구에서는 이따금 하늘의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나마르도 사진으로나마 몇 번,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하늘하늘 얇은 오색빛깔 베일이 물처럼 흐르는 모습을요.
마치 그것처럼 아름다운 빛무리가 하늘거리며 바다를 헤엄쳐 떠다니고 있습니다.
나마르: "..해파리?"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립니다.
KP: 그것은 천천히 수면 아래를 맴돌다, 우뚝 선 마천루 하나를 스쳐 지나갑니다.
빛줄기 같은 것이 거대한 철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 위를 덮었다가,
다른 곳으로 지나가면,
아.... 그곳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치 실력이 뛰어난 마술사가 천으로 토끼나 장미를 가렸다 들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처럼요.
KP: 하늘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은, 그래요, 꼭 해파리 같아요.
나마르: 세상이 멸망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마르는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래서야 옥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세상이 먼저 물에 잠길테니까요.
나마르: "더 빠르게 움직이죠, 녹턴 씨! 괜찮습니까?"
계단참에 멈춰서서 무릎을 짚은 채로 헐떡이고 있어요.
나마르도 숨이 차긴 하지만, 녹턴보다는 덜해요.
숨 쉬는 것이 어려운지, 콜록거리며 기침을 토해내는데,
바닥에 시뻘건 핏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허벅지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며, 계단을 뛰어내려가 녹턴의 손목을 붙듭니다.
"왜 그러는 겁니까? 괜찮습니까?"
녹턴: (헛구역질을 하며) "괜찮... 아요. 아마도요, 괜찮아야죠."
"일단, 먼저 가요, 금방 따라갈 테니까..."
나마르: "안 괜찮으십니다만, 당신 없이 올라가봐야 아무 의미도 없지 않습니까."
"불편해도 잠깐만 참으시죠."
녹턴: "... 입 안이 찢어져서 그럴 거예요. 이것부터 받아요." 하면서 총 손잡이를 당신 쪽으로 건네줍니다.
나마르: 고개를 저으면서 그것을 그대로 녹턴쪽으로 밀어내요.
"저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게 더 나을 겁니다."
더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녹턴의 무릎 아래로 불쑥 한 손을 집어넣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받칩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힘들어하는 녹턴을 그대로 번쩍 안아들고 계단을 마저 뛰어올라갈게요
KP: 녹턴의 목소리는 거의 해탈하다시피 해서 이 상황하고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탓에 오히려 웃음을 자아냅니다.
상황의 심각성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체념과 자조가 뒤섞인 평온한 목소리예요.
나마르: "그 때 일은 상호 협의 하에 잊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나마르도 피식 웃으며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올라가요.
녹턴: "아니, 그렇지만요... 다른 사람들한테 짐짝처럼 들려 다니는 일이 많은 거 같단 말이죠..."
"억울하네... 나름대로 신체강건한 20대 남성인데..."
나마르: "신체강건한 20대 성인 남성은 이런 옷 못 입습니다."
입은건지 벗은건지 애매하긴 하지만
녹턴: "양쪽 시력 2.0에 RH+ O형에... 아, 수술 경험은 좀 있나..."
"아니, 자꾸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요. 내가 입고 싶어서 입은 게 아니라니까요."
나마르: "저도 말을 안 하고 싶지만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합니까?"
"저도 정말 미치겠습니다."
KP: 물은 점점 차오르고,
두 사람은 계단의 끝에 도착합니다. 녹턴의 숨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요.
나마르는 심장이 쿵쾅대고 폐가 터질 것 같이 아파옵니다.
나마르: 이번에는 나마르의 호흡이 상당히 거칠어져 있겠네요. 녹턴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요.
KP: 목이 뻐근해요. 숨을 너무 많이 들이쉰 탓이에요.
녹턴은 흐느적거리면서 난간을 짚고 일어납니다.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불안정하게 균형을 잡아요.
나마르: "후......" 이렇게 육체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운동을 한 것은 굉장히 오랫만이에요. 후들거리는 허벅지를 꽉 누르며 잠깐 허리를 굽혀 헉헉댑니다.
"계획은......"
"첫째, 책을 빼앗아 없앤다."
"둘째, 다 죽이고 꿈에서 나간다."
"간단하죠?"
"오늘 치 죽음은 겪을 만큼 겪은 것 같아서..."
나마르: "평생이라고 정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 부분은 현실로 돌아가게 되면 확실히 정산할테니 좀 봐주시죠."
녹턴: "영생을 살라니, 그건 너무 가혹한데."
KP: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녹턴이 수류탄 하나를 꺼냅니다.
나마르: 몇 번 더 거친 호흡을 뱉어낸 뒤에, 숙였던 허리를 일으켜세우며 웃어요. "그거 확실한
계획 인데요."
"영화에서라면 있습니다만."
녹턴: "계획? 계획이라기보단 희밍사항 같습니다만..."
"아, 그럼 당신이 던져요."
"난 그것도 없으니까."
KP: 그렇게 말하면서 녹턴이 나마르에게 수류탄을 줍니다.
근데... 안전핀이... 녹턴 손에 있네요.
"잠깐, 이봐요."
수류탄 안전핀 뽑고 타임어택식인가 아니면 압력 사라지면인가
KP: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저거 언제부터 뽑아들고 있었던 거야?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P: 죽기 싫으면 당장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나마르: 나마르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합니다.
"이 미친 인간이.... 당장 엎드려요!"
나마르: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녹턴을 한 손으로 벽으로 떠밀면서, 어.. 여기 문이 있었겠죠? 문을 발로 뻥 차서 열고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져요
신은 없어 젠장!
수류탄을 던지고 몸을 날려서 녹턴을 덮쳐요............
KP: 나마르의 손에서 수류탄이 떠나간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1초? 2초? 아니면 3초?
KP: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수류탄이 공중에서 터집니다.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해요.
문 너머에서 의식을 마무리하던 사교도들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무슨 일이냐!"
"누가 이런 짓을...!"
KP: 죽은 사람은 없고, 다친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의식을 계속해서 진행하려 노력하면서도, 이 폭발의 원인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어요.
바깥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마르: 녹턴을 바닥에 덮어누르고 있던 나마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녹턴 또한 뒷덜미...가 없구나 어딜 잡아야하냐 팔뚝을 잡아 일으킵니다
KP: 빗줄기 하나하나는 손가락처럼 굵고,
우박처럼 거세게 떨어집니다. 물은 아까보다 더 빠르게 차오르고 있어요.
해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보여요.
KP: 그렇지만 최상층에서는 아직 까마득한 높이입니다.
KP: 이곳은... 이를테면 옥상정원처럼 보이는 곳인데,
커다란 마법진이 옥상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폭발의 여파가 조금 가신 뒤에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옥상 한가운데 세워진 문입니다.
아무래도 폭발의 여파가 영 좋지 못한 곳을 스쳤는지, 문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어요.
엑시트야
KP: 그리고 나마르가 그것을 알아차릴 때쯤이면,
사교도들 역시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한 것 같습니다! "저기다!"
나마르: 녹턴을 어떻게든 일으켜세우며 닦달합니다. "뭐합니까? 당장 쏴버려요!"
KP: "꿈의 주인이로군. 왜... 뭐라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아주 낮게, 이런 혼란 속에서도 정확하게 나마르의 귓가를 파고듭니다.
나마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마르의 생존욕구 또한 빨려나가는 것만 같아요.
나마르는 저도 모르게 무릎이 꺾일뻔한 것을 간신히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냅니다
KP: "그리고 '토끼'... 아직도 살아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네녀석 때문에 얼마나 일이 어그러졌는지..."
KP: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사교도 무리가 여러분 쪽으로 서서히 다가옵니다.
깊이 눌러쓴 검은 후드 사이로는 연기처럼 흩날리는 잿가루가 언뜻언뜻 보여요.
눈은 타오르는 녹색의 불꽃 같습니다.
나마르: 호우 좋아요 나마르는 재빨리 옥상정원의 상황을 살핍니다. 책은 어디에 있죠?
KP: 그들은 검고, 자신의 키만큼 커다란 검을 들고 두 사람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중입니다.
중앙의 문 앞에 선 자가 들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자가 나마르, 당신의 이마에 총을 겨눈 그 자입니다.
나마르: 나마르의 안에서 '이런다고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KP: 검은 표지의 책은 활짝 펼쳐져 있는데, 이 폭우에도 조금도 젖지 않은 모습이에요.
물줄기들은 책의 주변에 가 닿기도 전에 기화해서 사라지는 듯 뿌연 수증기로 흩날립니다.
책을 든 자는 계속해서 당신을 비웃고, 조롱합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미래에서 보고 예견하는 자처럼.
마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신의 심장을 천천히 옭아매어 오는 흰 뼈의 손 같아요.
당신의 심장은 이미 그의 손아귀에 들려 있고,
KP: 그는 힘을 한 번 주는 것만으로 당신의 심장을 짜부라트려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이요.
나마르: '그냥 이대로 포기해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실패하도록 정해진 운명인데, 저항하는 게 의미가 있나?'
마치 저주와도 같은 목소리가 나마르의 전신을 옭아맵니다.
"정신 차려요!"
점점 초점이 흐려지던 눈동자에 일순간 빛이 돌아옵니다. 녹턴의 목소리를 듣고서요.
녹턴: 녹턴은 옥상과 당신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저 쪽에서 뭔가... 말하고 있습니까?"
"나는 저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녹턴 씨."
"그런 기분이 들어요. 내 어떤 발버둥도 전부 무용지물이 되리라는 예감 말입니다."
녹턴: "아니,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면 어떡해요."
"그렇게 포기하는게 저 사람들 뜻대로 되는 겁니다."
"정신 차리고 내 목소리에 집중해요."
"이건 당신 꿈 속이잖아요. 통제를 해보라구요."
나마르: 포기를 종용하는 달짝지근한 목소리들을 떨쳐내며, 녹턴의 음성에 집중하기 위해 무딘 애를 씁니다. 할 일이 있었어요. 해야만 하는 일.
"통제를,"
하지만 어떻게?
나마르: 녹턴을 살리는 일, 꿈에서나마 녹턴을 살해했던 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일, 아르슬란의 흔적을 찾고, 그녀를 되찾는 일. 사교도들을 자신의 꿈에서 몰아내는 일.
KP: 그래요. 아직 해야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죽을 수 없어요.
나마르: 포기할 수 있나? 포기해야하나? 나마르는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하며 찬찬히 녹턴에게 집중합니다.
사교도들은 천천히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고, 당신은 녹턴을 바라봅니다.
나마르: 이럴 때는 녹턴의 해괴망측한 차림새가 큰 도움이 되네요. 지금 겪고있는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느껴지거든요.
KP: 그래요, 덕분에 아주 확실히 실감이 나기는 해요.
지금은 꿈이구나.
자,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왜 이 꿈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걸까요?
맨 처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을 상상해내려던 일이 실패해서?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호텔에서, 피로 물들어 있던 당신의 옷이 깨끗해져 있던 것을.
KP: 물론 당신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런데 '문 너머'를 상상해본 적이 있었나요?
나마르: 그 때 명확하게 '호텔로 향하는 문'을 상상했었더라면.
KP: 문을 열면 어디로 이어질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당신은 그때 그런 것까지 상상해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깨끗하고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는 옷, 그건 확실하고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미지와 촉감까지도 생각해낼 수 있었죠.
포근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는 갓 빨래된 옷.
당신이 꿈을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죠?
나마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뜹니다. 불안했던 호흡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눈꺼풀 새로 드러난 눈동자에서는 더이상 망설임을 찾아볼 수 없어요.
할 수 있다고 믿어야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여긴 나마르의 '꿈'에 불과하니까요.
KP: 저 멀리서 여전히, 책을 든 사교도가 당신의 노력을 비웃고 있습니다.
나마르: 나마르는 어두운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녹턴에게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을 툭 던진 뒤에, 구체적인 심상을 떠올려요.
어렸을 적, 비가 아주 많이 오던 날. 누나와 함께 이불로 몸을 둘둘 감싸고 창문에 붙어 저 멀리 내리치던 벼락을 구경하던 일.
눈이 멀 만큼 환한 빛에 휩싸이던 세상과, 고막을 찢을 것처럼 세상을 뒤흔들었던 소리 같은 것을요.
책을 든 '그 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마르는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쳐 그를 세상에서 흔적조차 없이 지워버리는 광경을 상상합니다.
KP: 회색빛 바다처럼 보이던 하늘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비만 내리고 있던 하늘에서 뇌운이 감도는 것이 느껴집니다.
곳곳에서 번쩍이는 전깃불이 커다란 소용돌이를 이루며, 이 타워의 옥상으로 조금씩 모여들고 있어요.
바람의 방향이 바뀝니다.
물줄기의 흐름이 규칙성을 찾아가고,
나마르: 왼손을 뻗어 녹턴의 손을 붙잡습니다. "괜찮을겁니다."
이건 자신의 꿈이니까요, 벼락은 나마르의 통제에 따를 겁니다. 녹턴과 나마르를 제외한 사교도들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나마르는 고개를 들어 먹구름을 노려봅니다.
KP: 거대한 빛줄기는 단숨에 하늘의 중심에서 이곳 타워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힙니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빛이,
귀를 멀어버리게 할 것만 같은 천둥소리가,
온 대지를 뒤흔들고 이 건물조차 반토막을 낼 것 같지만,
그래도 당신은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꿈이니까요.
KP: 이 속에서 당신은 완전히 보호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ㅡ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떤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멀게 할 것 같던 빛도 사그라들고, 정신을 차려보면 옥상은 두 사람 뿐입니다.
모든 것은 빛줄기에 휩쓸려 사라지고 없어요.
... 비상구마저.
짧은 감탄을 뱉어내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게.. 되네?
"탈출구가 사라졌는데요."
나마르: "뭐...없어진 건 다시 만들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을 하면서, 나마르는 태연하게 손을 뻗어요. 마치 바로 앞에 문이 있는 것만 같은 태도로요
나마르: 허공에 대고 문고리를 잡는 시늉을 합니다.
'파티장'으로 이어지는 비상구를 떠올리면서요. 그 너머에는 아마 전구를 사러 간 두 사람이 왜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겠죠.
현실에서는 이미 31일을 훌쩍 넘겼을테지만, 이건 꿈이니까요. 뭐 어떻습니까?
눈을 감았다가 뜨면, 호텔 문이 보여요. 여러분이 파티를 하던 바로 그 호텔 방입니다.
원래는 카드키가 있어야 문을 열 수 있을 테지만, 그런 것은 필요 없고, 만약 필요하다 하더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 손에 쥐여져 있으리라는 것을 나마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KP: 문고리을 잡아 돌리면, 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열립니다.
눈부신 빛무리가 쏟아지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는, 여러분이 돌아가야 할 곳을 향해서요.
나마르: 문턱을 넘어서면 마침내 이 끔찍한 꿈에서도 깨어날 수 있는 거겠죠? 나마르는 녹턴을 돌아보며 한 손을 내밀어요.
"갈까요?"
KP: 녹턴은 피식 웃으며 기꺼이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듯,
의식이 수면 위로 묵직하게 떠오릅니다.
동시에 바깥에서는 커다란 환호성 소리가 들립니다.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창문 전체가 환하게 물들어요.
나마르: "으음..." 앓는 소리를 내며, 나마르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KP: 반짝이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폐공장일까요?
당신은 이마와 팔에 어떤 패치 같은 것을 붙이고 있고, 침대에 누워 있어요.
한 쪽 귀에서는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던 바로 그 음악이요.
간신히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주변을 둘러보면... 사교도로 보이는 무리들이 당신처럼 이런저런 패치를 단 채 누워있는 것이 보여요.
KP: 하지만 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네요.
나마르: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모두 제 자리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목끝까지 차오른 숨을 뱉어내며 몸을 일으킵니다.
KP: 몸을 일으키자, 전신의 감각이 제대로 깨어나며 돌아오는 것 같아요.
온 몸이 저리고 후들거리지만... 양쪽 손에 무언가 쥐여져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의수를 끼고 있는 손에 쥐여진 것은 어떤 종이조각입니다.
나마르: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눈매가 날카롭게 변해요. 그리고 누군가를 찾듯, 목을 길게 빼고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KP: 잔뜩 구겨져 있지만, 내용은 알아볼 수 있어요.
무언가를 반드시 없애버리라는 내용의 짤막한 메모. 그리고 아주 익숙하고 그리운 필체로 적혀 있습니다.
반대쪽 손에 쥐여져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손입니다.
손의 주인도 정신을 막 차리는지, 손 안에서 손가락이 움찔 떨리는 것이 느껴져요.
나마르: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감싸쥐면서, 천천히 손의 주인이 누워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나마르: "이래도 내 무의식 때문이라고 할 겁니까?"
KP: 녹턴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고, 덜덜 떨고 있습니다.
나마르: 반쯤은 황당해하면서, 또 반쯤은 안도하면서.. 녹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려요.
KP: 하긴... 생각해보면, 원래 없었을 것이 당연한 쪽지도 당신의 손에 쥐여져 있어요.
ㅋ
녹턴이 꿈 속에서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나마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마르는 가만히 입을 다물어요.
"추워..."
나마르: 그리고...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 팔에 붙은 거추장스러운 패치를 떼어내고,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녹턴의 어깨 위에 덮어줍니다.
KP: 체온이 떨어진 탓인지 녹턴은 보다 느리게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바깥은 사람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해요. 새해를 기념하는 불꽃들도 여전히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꿈 속에서 수많은 일이 있었고, 그 때문에 조금 지쳤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정말 웃기게도... 저 바니 복장이 이제는 꽤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나마르: 새해라... 어쩐지 이런 상황이지만 인사는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 나마르는 녹턴을 감싼 코트의 단추를 손수 채워주며 웃습니다.
"좋은 밤입니다, 녹턴 씨."
"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녹턴: "나 아직도 이 좆같은 바니 복장인데요?"
나마르: "Happy New Year. 새해선물은 옷으로 할까요?"
KP: 바닥에 드러누우려던 녹턴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신을 휙 돌아봅니다.
"지금...요?"
나마르: "굳이 꼭 지금이어야합니까? 시간은 많고, 아직..."
입을 일자로 다물고 녹턴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녹턴의 앞에 쪼그려 앉아요.
녹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다가, 풀 스윙을 휘두르기 위해 주먹을 뒤로 당긴다.)
(세게 휘두르다가...)
나마르: 순간적으로 눈을 꾹 감고 이를 앙다뭅니다.
녹턴: (바로 앞에서 속력을 줄여 가볍게 툭 치고는 머리를 대충 털듯이 쓰다듬어주며) "가서 옷이나 사와요."
"이왕이면 비싼 걸로."
"아, 난 좀 누워 있을게요..."
KP: 하면서 당신이 조금 전까지 누워 있던 간이침대 위에 흐느적거리며 기대어 눕습니다.
나마르: 풀스윙을 각오했던 터라, 의외의 반응에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넘깁니다. "같이 가지 그러십니까?"
녹턴: "나 이 좆같은 바니 복장으로 카운트다운 하는 사람들 몰려 있는 대로에 나갈 수 없거든요?"
KP: 하긴.. 코트를 두르고 있다고는 해도...
KP: 이 꼴로 나가면... 영락없는 바바리맨...
녹턴은 진이 빠진 듯 초췌한 얼굴로 침대에 웅크립니다.
토끼 머리띠는 저 멀리 홱 집어던지고요.
나마르: 왜 이 사람은 볼 때마다 이렇게... 참... 안타까워보이는 걸까요.
KP: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아주 안 됐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녹턴 씨."
제법 비장한 얼굴입니다.
나마르: "12시에는 옷가게가 문을 안 엽니다."
녹턴: "뭡니까... 나 아무것도 못해줘요..."
"아..."
"아.........."
"아....................................."
나마르: 나마르는 주위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사교도들을 둘러봅니다.
적어도 저.....'토끼'보다는 낫겠죠.
KP: 녹턴은 머리를 감싸쥔 채로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어라, 그런데 바닥에... 진짜 총이 있습니다.
KP: 그러고 보니 녹턴... 자기 꿈도 아닌데 어떻게 총에 수류탄까지 들고 있었던 거지?
나마르: 녹턴이 눈치채지 못하게... 잽싸게 총을 발로 멀리 차버립니다
KP: 혹시...
총을 가져온 게 녹턴인 건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은 충실하게 사교도의 옷을 벗깁니다
녹턴이랑 신체사이즈가 비슷해보이는 놈을 골라서
KP: 검은 후드를 벗겨내고 나면, 의외로 안쪽 옷은 평범해 보입니다.
꿈에서 보았던 끔찍한 몰골도 아니에요.
나마르: 이 사람들은 다 죽었나요? 아니면 코마상태인가?
KP: 죽지는 않았어요. 코마 상태에 가까워 보여요.
나마르: 일단 사교도의 옷을 벗겨내고 (팬티는...냅뒀습니다)
녹턴의 앞에 옷가지를 던져줍니다.
"그거라도 입으시죠."
KP: 녹턴은 옷과, 벗겨진 사교도를 번갈아 쳐다봅니다.
KP: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는 건 본인도 알았는지...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해요.
속옷이 없는 탓에 바니복장 위에 덮어 입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집에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과는 별개로... 몸은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요.
어쩐지 괴리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나마르: 이 사교도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헤이싱에게 전화 한 통을 때려 여기로 와달라는 연락을 취한 뒤에.... 옷을 다 입은 녹턴의 옆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이제 헤이싱이 차를 보내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될 거예요.
KP: 좋아요. 조금 기다리고 있노라면, 곧 사람이 올 겁니다.
나마르: "그걸 입었다고 할 수 있는지부터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긴 합니다만.."
녹턴: "새해 첫날에 처음 한 일이... 사교도... 하아..."
"새해 첫 날이 그 해 전체를 좌우한다던데..."
"올해도 또 꼬이면 어쩌죠?"
나마르: "예?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시죠."
"한 번으로 족합니다."
나마르: 멀쩡한 옷을 입은 녹턴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KP: 올 한 해가 어떤 한 해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올 한해가 이런 일의 반복이라 하더라도...
모두 무사히 끝났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모두 무사히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은 어쩐지 작은 위안이 되어주네요.
나마르: 무사히의 기준이 상당히 관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KP: 어쨌든 이것으로 어떻게든 일단락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은 남아 있지만요.
예를 들면 당신의 누나, 아르슬란에 대한 것.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지요.
이번 한 해는 어떤 한 해가 될까요?
어느 쪽이건, 특별한 한 해가 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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